뉴스 “사고를 막는 버튼,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사고를 막는 버튼,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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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버튼’ 장착 청원, 국민의 생명 지키기 위한 첫발 내딛다

【자동차】박순영 기자 psy@newsone.co.kr

7월 18일 오전 11시, 국무조정실 국민신문고 앞. ‘안심버튼달기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청원서류를 들고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사고를 막는 버튼,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라는 손팻말이 바람에 흔들렸고, 현장에는 고령 운전자와 택배 차량 운전자 등도 함께 자리해 이들의 간절함을 더했다.

이날 정식 청원 접수된 안심버튼(비상정지버튼) 장착 시범사업은, 급발진이나 페달 오작동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한 실질적 안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 그리고 물류 운전자의 돌발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도화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블랙박스는 기록하지만, 버튼은 사고를 막는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블랙박스는 사고 이후의 기록일 뿐이고, 안심버튼은 사고 그 자체를 막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안심버튼은 위급 상황에서 차량의 추진력을 차단해 가속을 멈추는 방식으로, 전기차는 인버터 전원을, 내연기관차는 연료펌프를 차단해 즉시 정지 상태로 진입시킨다.

“공장에는 비상정지버튼이 있고, 전철과 에스컬레이터에도 있고, 심지어 전투기에는 조종사 탈출 버튼까지 있는데 정작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는 왜 없습니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운동본부 관계자의 말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자동차 안전장치의 사각지대’를 콕 집어낸다.

고령자·장시간 운전자… 취약한 생명을 지키는 실용 해법
안심버튼 설치의 1차 대상은 고령 운전자와 물류업 종사자다. 최근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이 권장되고 있지만, 자가 운전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그 공백을 채울 대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들의 페달 착각 사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등은 반복적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초보 운전자나 교통사고 취약 계층에겐 ‘버튼 하나로 제어 가능한 장치’가 심리적 안전망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운동본부는 “패닉에 빠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누를 수 있는 한 개의 버튼이, 누군가의 생명을 바꿔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기준조차 없는 현실, 이제는 제도화로 나아갈 때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 관련법에는 ‘비상정지버튼’에 대한 기술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차량 장착은 불법 개조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필요성을 알면서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민운동본부는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택시·용달 협회, 노인단체 등과의 면담을 거쳐,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법제화로 이어지는 절차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청원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청원서를 제출하며 운동본부 관계자는 힘주어 말했다. 이날 청원은 ‘비상정지버튼 장착 시범사업’의 공론화를 위한 공식적인 첫걸음이다. 관계자들은 향후 차량 안전기준 내 안심버튼의 기술 기준을 마련하고, 고위험군 운전자 대상 우선 장착 지원, 전국 보급 확대까지 로드맵을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절실함이 만든 시민의 안전 청원
이날 현장에는 고령의 운전자 한 명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제 지인이 주차장에서 급발진 사고로 크게 다쳤어요. 운전하면서 늘 불안합니다. 버튼 하나라도 있으면, 마음이 훨씬 놓일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에 주변의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숙연해졌다.

교통사고는 통계로 남지만, 그 피해는 이름 있는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 국민 한 사람의 안전을 위한 ‘안심버튼’—그것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누를 수 있는 생명의 스위치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