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전연맹 ‘위급종(CR)’…사진 기록은 이번이 처음
[울산]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울산시 울주군 남창들 하천 갈대숲에서 멸종위기종 ‘검은머리촉새’가 관찰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된 매우 희귀한 여름철새다.
이번 발견은 울산 제일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현 군이 지난 4월 19일부터 남창들녘에서 여름철새를 탐조하던 중 최초로 확인했다. 이후 5월 11일, 검은머리촉새 수컷 1마리를 촬영하며 학술적 가치가 높은 사진 기록을 남겼다. 앞서 지난해에도 남창들에서 목격담이 있었지만, 촬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머리촉새는 사할린, 쿠릴열도,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인도 북동부와 중국 남부 등에서 월동하는 나그네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봄(5월)과 가을(10월) 한 달씩 관찰된다. 농경지 인근 하천가나 잡목림에서 주로 풀씨를 먹으며 생활한다.
수컷의 여름 깃은 몸 윗면이 짙은 밤색이며, 이마와 얼굴, 멱 윗부분은 검은색으로 구별된다. 멧새과에 속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검은머리촉새는 주로 번식지와 월동지인 중국 등지에서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으며, IUCN의 적색목록에서도 멸종 위험이 가장 높은 단계인 ‘위급(CR)’으로 분류돼 가까운 미래에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검은머리촉새는 식용이나 판매를 위한 불법 포획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라며 “울산을 찾은 귀한 새가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생육환경을 보호하고, 관찰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관계자도 “이번 관찰은 울산 생태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례”라며 “남창들녘의 생태적 보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종의 멸종 위험도를 9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위급(CR)’, ‘위기(EN)’, ‘취약(VU)’ 단계는 멸종우려종으로 보고 보전 노력이 시급한 종으로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