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김 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퇴근 후 방송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중 아내가 종종 시청하는 일일드라마를 함께 볼 때가 있다. 대부분 막장 드라마라서 애써 외면하면서도 자극적이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나오면 눈길이 간다. 스토리 구성 자체가 시청자를 유혹하기 위한 막장임을 알기에 가족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늘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데 무심코 화면을 보다가 충격적인 대사를 듣게 돼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드라마 소재로 등장한 경찰과 검찰, 정치권, 재벌 등이 법치국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로 야합해서 없는 죄를 만들고, 누명을 씌워 억울하게 구속되게 만든 내용으로 아무리 시청률을 목적으로 하는 막장 드라마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법치국가의 선봉에서 법을 지켜야 할 검찰과 경찰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정치권력과 재벌의 도구로 전락하고 파렴치한 범죄 행위에 야합하는 내용이 버젓이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모 방송에서 방영 중인 ‘피도 눈물도 없이’라는 드라마로 끝 간 데 없는 막장 중의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친 자매간의 잔혹한 복수 이야기를 그려낸 드라마로,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진 자매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생이 시아버지의 내연녀로 나타나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자매의 잔혹한 운명과 갈등, 복수 등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막장 드라마는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현실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 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 가는 드라마를 의미한다. 이런 드라마는 종종 비상식적인 전개와 불건전한 요소를 포함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흥미와 충격을 준다. 근래의 막장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삼각관계, 물질만능주의, 불륜, 패륜, 막장 부모 나, 강간, 청부살인, 집단구타, 음모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비현실적으로 자극적인 수위로 드러나 더욱 현실성이 떨어지는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의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막장의 막장으로 치닫는 형태를 어디까지 두고 볼 것인지, 그 논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방송사나 작가의 이익을 위해 시청자를 더 이상 농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덕과 윤리가 엄연한 사회에서 현실이 아닌 가상일지언정 도를 넘어서는 구성은 지양해야 한다. 더군다나 정의 사회를 신봉하는 시민에게 정치권, 사법기관, 재벌들의 불법 행위를 당연시하는 것 같은 스토리는 규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할 수 있다. 드라마가 설정하는 상황, 인물 등이 현실과 흡사하기 때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신념과 가치관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반사회적 행위를 미화시키면 모방 범죄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막장 드라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판적·객관적 시각으로 시청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