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은 버리고 내 편만 함께하겠다는 포퓰리즘용 베풀기는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뿐’이다. 내 편만 챙기지 말고 네 편도 함께 갈 수 있는 정치 민주화를 기대해 본다”
우리와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고 해서 집단에서 따돌리고 단체로 공격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결핍 요인이다. 전체주의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작금의 정치권에서 발생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집단의식에 함몰돼 피아(彼我)로 ‘갈라치기’를 일삼고 갈등을 부추겨 대립시키면서 내 편의 결집을 유도한다.
전체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여,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 생활은 물론, 경제 · 사회 · 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의 정치 행태를 보면 개인은 없고 집단만 강조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이해시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집단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규정하고, 심지어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 집단에서 배척·배제하는 행태는 정치 민주화를 거부하는 일들이다. 개인의 모든 활동은 집단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은 파시즘이나 나치즘에서나 있는 일들이다.
전체주의 공동체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고 그 관심을 조직에 집중시키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며, 조직체 유지를 위한 전략들을 펼친다. 이에 따르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개인은 철저히 배척하고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 또한, 조직의 정책이 다른 집단으로 유출되거나 다른 정책이 유입될 경우는 조직 내 분열의 소지가 있으므로 배타적이게 된다. 전체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힘의 결집이다. 지도자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집단의 역량을 모을 경우 그 조직의 성장과 발전은 급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하나의 목표에만 치중하다 보면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있으며,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지도자의 합리적 사고와 리더십에 집단의 성패가 좌우되고, 지도자에 의해 국가의 흥망이 결정될 수 있다.
전체주의의 맹점은 성공의 원동력이 국민의 피와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박탈해 명령만 내리면 따르고 생각은 하지 않는 도구로 만든다는 것이다. 국민이 의심 없이 국가를 따르는 게 목표인 전체주의에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척결해야 할 ‘적’으로 결정하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경찰을 만들고 감시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21일 탈당했다. 그는 “더 이상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당의 배경을 밝혔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이 책임을 회피하고 결정을 내리지 않자 탈당을 결심한 것이다. 문제는 그가 탈당한 이유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선택한 표결을 두고,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며 징계하는 비민주적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금 전 의원은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당의 독선과 오만함도 탈당의 원인이 됐다. 특히 그는 “건강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내부 총질’로 몰리고 입을 막기 위한 문자 폭탄과 악플의 좌표가 찍힌다”고 했다. 아무리 정당정치를 하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이럴 수는 없다. 사실이라면 당명이 부끄럽지 않은가.
그는 “20년을 집권하는 것 자체가 정치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도 없으며, 공공선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를 한 단계씩 나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집권당으로서 새겨들어야 할 충언이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설득해 통합으로 이끄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네 편은 버리고 내 편만 함께하겠다는 포퓰리즘용 베풀기는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뿐’이다. 세간의 쓴소리를 그가 대변했다고 할 수도 있다. 내 편만 챙기지 말고 네 편도 함께 갈 수 있는 정치 민주화를 기대해 본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