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을 가진 무주택 서민들과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 이들의 주장을 수렴해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지도자의 책무이며, 정치력이다”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 Yard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행동을 말한다. 예컨대,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산업폐기물 처리장 등 혐오 시설들이 자신이 거주 지역에 설치돼선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지칭한다. 이런 현상은 공공정신이 약화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발표한 정책을 놓고 님비 현상이 확산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해 발표된 정책이라면 이런 현상이 없겠지만, 지역민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사유재산이 보장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기적인 생각이 우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가 정책이라면 님비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4일 정부가 유례없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공공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이고 층수도 최고 50층까지 올리는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이다. 공공이 참여하고 추가되는 용적률의 최대 70%까지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한다는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태릉골프장과 용산 캠프킴,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등 신규 택지를 발굴해 향후 10년간 11만여 호가 추가로 공급되고 시세 30% 수준에서 분양받을 수 있는 ‘지분적립형’ 공공 분양방식이 새로 도입된다.
하지만 수도권 고밀도 개발 대책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수도권에 인구가 몰려 끊임없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주택공급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이 담보되고 과열된 주택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면 님비 현상에 주춤할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서 신규 택지로 지정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주거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지정 해제·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보도로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여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이 지역구 주민들의 이해를 앞세워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공공주택을 늘려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에 스스로 불만과 불신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이 보도는 지적한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실제 신규 택지가 포함된 서울 마포구, 노원구, 경기 과천시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일제히 택지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부지의 50%를 공원화해 주민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했으며,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과천청사는 시민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반대했다. 또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4차 산업 거점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정청래 의원(마포구)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르는데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고 올렸으며. 노원구의 고용진·우원식·김성환 의원도 “택지화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들은 모두 여당 국회의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의 경우 정부 대책 발표 때 이미 철도·도로·대중교통 등 광역교통 개선안을 내놓았었다. 주민들의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당정과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주민들을 납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택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정(失政) 등으로 인해 미래통합당의 정당 지지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의 지난 13일 발표에 의하면 통합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1.9%포인트 상승한 36.5%로 나타났으며 민주당 지지도는 1.7%포인트 내린 33.4%였다. 부동산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주택 공급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내 집 마련 꿈을 가진 무주택 서민들과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 이들의 주장을 수렴해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지도자의 책무이며, 정치력이다. 소수보다 다수를 선택한 진영 논리를 탈피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