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에게 듣는다 “문화ㆍ관광 어우러진 미래 첨단산업 도시 정읍 만들 것”

[유진섭 정읍시장]“문화ㆍ관광 어우러진 미래 첨단산업 도시 정읍 만들 것”

- 동학농민혁명 움튼 땅 정읍, 대한민국 정신자산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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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섭 정읍시장

민선 7기 유진섭 정읍시장의 2019년은 어느 해보다 분주했다. 바삐 움직인 만큼 성과도 많았고, 정치적 위상도 높아졌다. 시장 취임 1여년 만에 결실은 옹골지다. 5월 11일 황토현전승일이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로 제정됐고, 무성서원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 유산’으로 선정됐다. 특히 정읍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를 ‘2019-2020년 정읍 방문의 해’로 운영하고 있다. 유 시장은 원년인 지난해 폭 넓은 대외활동과 정읍방문의 해 운영 등을 통해 정읍을 알리는데 성공했고, 정읍 문화관광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유 시장으로부터 정읍의 문화관광 정책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읍의 문화관광을 소개한다면.

“정읍은 문화와 역사자원의 보고(寶庫)다. ‘역사와 문화, 예술의 향기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나는 고장’이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고장이다. 국가와 전북도로부터 공식 지정된 유무형 문화재만 116건에 달한다. 또 인문학적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다. 동학농민혁명과 백제가요 정읍사, 정극인 상춘곡(칠보 상춘공원)의 고향이자 민족종교인 증산교와 보천교의 발원지다.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종장인 고운 최치원의 흔적이 뚜렷한 태산선비문화의 고장으로 충무공 이순신과 호남 성리학의 대가 일재 이항 등 숱한 역사적 인물의 족적이 곳곳에 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조선전기 200년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냈고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무성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차별화된 정읍 문화관광의 특징은.

“‘정읍정신’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정읍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 전기본과 태조 어진을 지켜냈다. 국보 제15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조선 초기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왕들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다. 세계적으로 실록은 여럿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이 유일하다. 정읍은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에서 명종에서 이르는, 조선 전기 200년을 담은 기록을 지켜낸 곳이다. 바로 이 실록이 내장산, 즉 정읍이 있기에 지금까지 존재한다. 임진왜란 당시 4대 사고 중 서울 춘추관과 충주, 성주 3곳의 실록이 불타버리고 전주사고(전주 경기전)마저 소실될 위험에 처했다. 이때 태인의 선비 손홍록과 안의를 비롯한 희묵대사 등 수 많은 정읍 사람들이 실록과 태조어진(국보 제317호) 지키기에 나선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전주사고에 보관돼있던 실록 805권을 예순여 개 궤짝에 담아 태조어진과 함께 내장산까지 옮겨 370여 일 동안 지켜냈다. 이후 실록은 선조가 피신해 있는 해주까지 이송됐다가 영변의 묘향산으로, 다시 강화도로 옮겨졌는데 이때 실록을 옮긴 것도 손홍록과 안의였다.

정읍은 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뿌리인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이다. 1894년 정읍에서 봉기하지 않았다면, 또 관군과 처음으로 맞선 황토현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지 모른다. 동학혁명은 3.1만세운동, 4.19혁명, 6.10 민중항쟁, 2017년 시민촛불혁명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완성시켰다. 若無井邑 是無民主, 그리고 是無實錄이라 하겠다. 즉 정읍(동학농민혁명)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도, 조선왕조실록도 없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아니라 정읍(입암)에 발원한 보천교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과 국채보상운동의 활발한 전개 등 일제 강점기 그 어느 지역보다 항일 운동이 활발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역사의 굽이굽이에서 불의에 당당하게 맞선 ‘정읍정신’의 배경은 무엇일까?

정읍의 탄탄한 인문학적ㆍ문화적 환경과 기개 넘치던 선조, 그 정신을 이어받은 후손들 아닐까. 여기에 정읍인들의 도도한 기상과 역사적 사명감에 대한 자각도 보태졌다고 본다. 이를 통틀어 ‘뿌리 깊은 정읍정신’이라 할 것인데, 이는 실천적 유학자였던 ‘일재(一齋) 이항(李恒) 선생’ 영향이라 하겠다. 조선왕조실록 지키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손홍록과 안의 선생이 일재의 제자들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이들 역시 일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정읍의 현감을 지낸 충무공 이순신도 현감 재직 당시 일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근거로 일재의 제자인 안의와 교류가 활발했다고 한다. 일재는 호남 성리학의 종조(宗祖)다. 한국사상의 원형 내지 전통사상의 계승자로 평가받고 있는 통일신라시대 위대한 사상가 고운(孤雲) 최치원의 ‘풍류도’ 사상을 유학적인 입장에서 자주적으로 재창조했다. 최치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강왕 때 태산(현 태인)군수를 역임하며 선정을 베풀었고, 그의 족적과 사상은 정읍에 깊이 뿌리 내려 있다. 태인과 칠보 곳곳에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지난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무성서원이 그를 배향하고 있는 곳이고, 고운이 풍월을 읊었다는 태인의 피향정은 호남제일정으로 이름 높다.”

 

취임 후 문화․관광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정읍의 전통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내는 물론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겠다. 정읍시가 제안한 5월 11일 황토현전승일이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지난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정 15년 만에 쾌거이자 정읍시와 전북도민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낸 결실이다. 지난해 7월 무성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정읍의 전통문화유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의 문화유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문화재청이 지난해 6월 22일(음력)을 문화재 지킴이의 날로 제정했는데, 이는 임진왜란으로 소실 위험에 처해있던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정읍 사람들이 내장산으로 옮긴 날이다.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추진한 ‘ 2019-20년 정읍 방문의 해’ 운영의 성공적인 추진도 큰 성과다. 지난해 6월 선포식을 기점으로 KBS 열린음악회를 비롯, 정읍드론페스티벌, 캠핑페스티벌, 초록단풍 음이온 힐링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내장산생태탐방원이 개원됐고 백제가요 정읍사를 연계한 정촌가요특구도 준공됐다. 내장산문화광장에 전북 최대 규모의 실내형 어드벤처 복합놀이시설도 곧 완공된다. 골프장 내장산CC의 운영으로 탄력 받은 내장산리조트에는 500억 원이 투입되는, 300명이 숙박 가능한 전북은행연수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9-2020년을 ‘정읍 방문의 해’ 추진 배경과 앞으로 계획은.

“‘정읍방문의 해’ 운영은 정읍 세일즈 일환이다. ‘정읍 세일즈’는 ‘지역의 단체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지역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나 지역 발전은 크게 달라진다’는 맥락에서 출발한다. 지방자치제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치단체장이다. 이점에서 시장은 당연히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각오를 담아 2019년을 ‘정읍마케팅 원년의 해’로 선언했고 정읍방문의 해 운영은 이의 일환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읍은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즈넉하면서 사람 친화적인 도심과 골목, 전통시장 등의 많은 자랑거리를 비롯해 가치 있고 사람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자원이 많은 곳이고, 외부 평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읍방문의 해는 ‘어떻게 하면 정읍으로 사람을 모이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즉 정읍방문의 해 운영을 계기로 정읍의 역량을 결집시켜 정읍이 갖고 있는 자원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관광 인프라를 정비하고 관광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킴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고 한다. 관련해서 ‘감동호르몬 분출, 체험여행 1번지 정읍!’을 비전으로 첫해인 지난해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었다. 2년 차인 올해에도 다채롭고 내실 있는 행사를 준비, 더 많은 사람들이 정읍을 찾아오도록 하겠다. 그들에게 정읍의 매력을 각인시키고 한 번의 방문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공약사업 추진 현황과 문화관광 관련 올해 역점사업은.

“민선 7기 정읍시 공약사업은 모두 5개 분야 82개다. 57개는 신규 사업이고, 25개는 계속 사업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1조 2천715억 원이다. 계획 상 70개 사업은 임기 내, 나머지 12개 사업은 임기 후로 넘어간다. 지난해 11월 기준 점검한 바에 따르면 진도율은 40%에 달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이룬 성과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국비 확보가 관건인 만큼 한 푼이라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국회와 중앙부처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어디든 찾아갈 것이다. 2020년 국가예산으로 전년 대비 59억 원이 늘어난 5천606억 원을 확보했다. 정읍 미래 발전을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마련된 만큼 각종 현안의 신속한 해결과 주요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야별로는 문화․관광이 21개, 교육․복지 21개, 농․축산 11개, 농․축산 11개, 일자리․경제 8개 사업이다. 문화․관광 중 문화 분야로는 동학농민혁명 역사기행 탐방 조성 등 동학농민혁명 선양과 혁명 고장으로서의 위상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읍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인 수제천 전승회관 건립 등 다양한 문화자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추진에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월영습지와 솔티 숲 생태관광지 조성과 정읍사공원 아양 사랑숲(유아숲) 등 관광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정읍의 문화관광 관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읍은 문화관광 분야 발전 잠재 여건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자원의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특히 내장산의 사계절 관광지화 또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한 혹독한 자아비판도 했다. 아픈 만큼 이제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더 치열해지겠다. 문화자원의 고품질 콘텐츠화로 관광을 부흥시키고 4년 연속 도심재생사업에 선정(5개 사업, 881억원)에 된 것을 기반으로 원도심권을 잘 살려서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 문화관광 분야에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올 한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사업도 소개해 달라.

“2020년에도 뛰어난 경관과 문화예술 자산을 기반으로 매력 있는 문화도시, 200만 관광 시대 실현을 목표로 더 치열하게 노력하겠다. 내장호와 문화광장, 용산호를 아우르는 내장산토탈랜드 조성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과 무성서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자원 발굴에도 힘을 쏟겠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 5년 간 100억 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 정읍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여 정읍형 도시문화생태계를 개발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향기 도시 만들기에도 주력하겠다. 그 출발은 구룡동 일원에 조성된 대규모 라벤더 단지를 활용한 라벤더 힐링 축제가 될 것이다. 향기 도시 만들기는 궁극적으로는 꽃과 자연을 활용한 치유의 향기, 문화의 향기, 사람의 향기가 넘치도록 해서 정읍만의 차별하된 도시브랜드로 가꿔 가겠다. 오는 2월 제126주년 정읍동학농민혁명기념배 전국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야간 마라톤인 ᄃᆞᆯ하 레이스 대회,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유소년 축구페스티벌,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까지 다양한 전국대회를 유치해서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정읍을 찾도록 하겠다.”

 

정읍만의 특별한 먹거리를 소개한다면.

“정읍의 쌍화차는 건강 한방차이다. 지황과 백작약 뿌리, 천궁, 칡뿌리, 당귀, 생강, 대추, 황기, 황정, 감초, 산사나무열매, 복분자 열매 등 20여 종의 엄선된 재료가 들어간다. 이 중 쌍화차를 만드는 주원료인 숙지황은 푹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9번 반복해 ‘구증구포’라고 부른다. 여러 약재를 넣은 차는 흙으로 만들어진 옹기에서 10~20시간 푹 달인다. 그렇게 완성된 쌍화차에는 밤과 대추, 곶감, 잣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입가심 메뉴도 정읍 쌍화차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누룽지와 구운 가래떡, 호박식혜, 과일, 해바라기씨 등이 나온다. 특히 2018년 정읍세무서에서 정읍경찰서에 이르는 350m 가량의 쌍화차 거리가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비를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인도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또 쌍화차에 대한 안내판과 각종 상징물도 설치됐고, 쌍화찻집 10여 곳의 십여 곳의 간판과 내부도 정비돼 쾌적하게 변모됐다.”

 

시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해 ‘비즈니스 시장이 되어 희망 넘치는 정읍’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고 노력도 했다. 덕분에 ‘정읍마케팅 팀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앞으로도 문화와 관광, 그리고 산업단지 등 지역자원을 고부가가치화해 시민의 실제소득과 행복지수를 높여 나겠다. 정읍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것 하나도 행정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행정과 시민 모두의 상생과 화합이야말로 정읍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큰 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0년 정읍시정 운영 방향의 사자성어를 이택상주(麗澤相注)로 정했다.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이 서로 물을 대며 마르지 않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가는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 정읍 발전을 염원하는 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