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SNS가 발달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개인방송’. 언제 어디서든 영상을 쉽게 찍고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1인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하게 활용하는데, 유튜브·아프리카TV 등을 통한 그들의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는 과연 안전할까. -편집자 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8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5위에 올랐을 정도로 유튜브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보람TV’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인기와 돈을 얻는 것이 확인되면서 남녀노소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서고 있다. 유선방송 또는 케이블방송의 제한된 콘텐츠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그러한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 개인방송의 장점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유튜버가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은 당연지사. 유튜버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다룸으로써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은 사회적 문제로도 야기되고 있다.
지난 7월, 한 게임 유튜버가 생방송 도중 자신의 반려견을 학대하고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일부 시청자들이 그의 행동을 지적하자, “내가 내 개를 때린 게 잘못이냐”고 주장하는 등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었고, 동물 학대 유튜버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지난 6월 BJ 감스트, NS남순, 외질혜가 아프리카TV에서 여성 BJ를 성희롱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받은 징계는 아프리카TV 방송정지 3일에 불과했다. (아프리카TV는 운영정책 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BJ에 대해 최소 3일부터 최대 영구정지까지 징계를 내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조직폭력배가 유튜브 방송 중 출연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했다.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인 A씨는 ‘조직폭력배가 시비를 거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특정 조직폭력배를 거론하며 비하하거나 교도소에서 먹은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콘셉트인줄 알았던 유튜버가 실제 조직폭력배로 밝혀져 사회적으로도 충격을 준 사건이다.
얼마 전엔 유튜브를 통해 마약의 일종인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마땅히 처벌하거나 규제할 방법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B씨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마초 피우는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에서 그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은 대마초가 합법”이라면서 “돈만 내면 다 판다. 미국은 합법이므로 한국에서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대마초를 흡연했다. 현재 한국에선 대마초 흡연이 불법이므로 미국 내부에서 합법이라도 한국인이 미국을 방문해 대마초를 피운 뒤 귀국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미국 국적자일 경우 처벌할 수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 이 영상을 보지 못하게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 역시 미국 회사이므로 우리 당국의 삭제 또는 규제 요청에 유튜브가 응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며, 국내에선 현재 전 세계의 콘텐츠가 여과 없이 시청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성매매 업소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삼는 유튜버들이 등장해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유튜브 등에서 ‘업소 썰’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화류계에서 일한 여자 썰’, ‘대한민국 성매매 업소의 종류’ 등 불법 성매매 업소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연관돼 노출된다. 이 영상들은 진행자가 성매매 업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거나 본인이 들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자극적인 표현도 주저하지 않고 일삼는다. 또한, ‘업소에서 일한 몇 년 사이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등 성매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야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10만~3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콘텐츠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유튜버들이 성매매, 불법업소 ‘썰’을 풀며 수익을 창출하는 걸 막아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해당 영상들이 10대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제 막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지를 부탁드린다. 화류계 술집, 2차 업소 등 불법적인 일을 하며 생긴 일을 이야기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들을 조사해 달라”고 적었다. 26일 현재 1만여 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요즘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에게도 유튜브 시청은 매우 일상적이다. 유해 콘텐츠를 여과 없이 시청한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 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매체에서는 ‘유해 콘텐츠 영상 중 다수가 연령 제한조차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의 한 라이브 방송에선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큰 화면에 영상을 틀어놓고 다 같이 본다”는 시청자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성인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청소년에게 유흥업소, 성에 대한 무분별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로 이를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다.
독일의 경우 혐오 표현이 담긴 영상이나 가짜 뉴스가 올라오면 사업자가 반드시 해당 콘텐츠를 블라인드 처리하고 7일 이내에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방송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으나, 국회 통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무분별한 성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영상을 이미지로 분석해 자동 규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니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상을 만드는 변칙적인 방법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인 방송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만큼 유해한 정보만을 골라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문가들도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튜브 등 SNS 콘텐츠를 적절하게 규제하는 시스템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처럼 인터넷 개인 방송의 문제는 유해콘텐츠 차단 장치가 미미하다는 점에 있다. 세계 각국에서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제작하고 올릴 수 있다 보니 유해 콘텐츠를 올려도 별다른 제제나 여과장치 없이 전 연령대의 인터넷 개인방송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수 되고, 이 콘텐츠에서 보여 지는 일들이 사회적으로도 공공연하게 조장된다면, 이를 ‘표현의 자유’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유튜브 측에선 나름대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갖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관련 법안 등의 마련이 시급하다.
김보석 기자 kbs@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