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문화관광 Essay l 제주도 테마 기행

문화관광 Essay l 제주도 테마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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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관광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살아 숨 쉰다.

자연휴양림·선녀와 나무꾼·해녀박물관·만장굴·빛의 벙커·비자림 · 답사

제주도는 1년에 2~3번 찾는 곳이다. 세미나나 골프, 관광 등이 목적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동안 글자 그대로 목적에 맞는 의무적인 방문에 그쳤다. 뭔가 새로운 발견, 창의적인 발상, 심신의 힐링, 미래 비전 등 특별함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일정에 휘둘려 나만의 여유를 찾지 못했었다는 변명으로 자위해 왔다.

이번엔 정말 나를 위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사)한국잡지협회 주관 발행인 세미나 일정을 받고 등산, 골프, 관광 중 관광을 선택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단체 행동이라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는 어렵지만, 그 속에서 생각을 바꾸고, 삶의 활력을 얻고, 특별한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사정상 국제로타리클럽 부산 행사 참석한 후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라 김해공항에서 개인 출발을 요청했다.

여행은 설렘 속에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일교차 등을 우려해서 가방을 챙겼다. 문자로 13일 09:00 출발이라는 아시아나항공 예약번호를 받았으나 에어부산 창구에서 탑승권을 받았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 공동운항 편이라는 연락을 사전에 받았기에 순조롭게 발권이 진행됐다. 비상구 창가에 자리를 잡았기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하늘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나 홀로 여행의 행복이 이런 것인가. 창공에 펼쳐진 뭉게구름을 내려다보면서 문득 저 구름 속에 포근히 안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뭉게구름이 수놓은 그림은 거대한 성을 이루기도 하고 아담한 동산으로, 또는 조개 같은 조각배로 전개되기도 하는 저 구름 속에는 神이 노닐고 있을 것 같다. 푸른 바다에 잔잔한 파도가 물결을 이루고 그림 같은 섬들과 한라산 정상이 나타난다. 황금빛 밀밭과 파란 채소밭이 발아래로 스쳐 지나가고 잿빛 건물들이 환상의 나래를 멈추게 한다. 09: 50분경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피톤치드로 숨 쉬는 절물 자영휴양림

제주공항에서 합류한 잡지협회 회원들과 여행사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절물휴양림으로 향했다. 제주시 명림로 584 (봉개동 산 78-1)에 위치한 휴양림은 제주시 중심가에서 20분 거리다. 이곳은 1995년 7월 23일에 개장했으며, 구역 면적은 300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000명으로 제주시청에서 직접 관리한다.

봉개동 화산 분화구 아래 조성된 휴양림은 울창한 수림의 대부분이 수령 30년 이상 된 삼나무다. 삼나무 외에 소나무, 산뽕나무가 분포하고 있고, 까마귀와 노루도 서식한다. 휴양림 가운데 자리 잡은 절물 오름은 해발 650m의 기생화산으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말발굽형 분화구가 형성되어 있다. 분화구의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시와 한라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정상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삼나무 사이로 삼나무 널빤지를 깔아 조성된 산책로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삼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심호흡하며 산책길을 따라 생각 없이 걸어본다. 휴양림의 경관 조망보다 자신을 돌아보며 의미를 찾으려 한다. 왜 여기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절물약수가 유명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걸려있는 바가지에 가득 흘러내리는 약수물을 받아 들이켰다. 맛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시원했다. 한 잔의 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행 모두가 한 바가지씩 단숨에 비운다. 스토리텔링의 구전효과가 크다는 생각이다. 절물 유래에는 옛날에 절 옆에 물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솟아나는 용천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과가 있어 약수나 음용수로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약수는 절물 오름이라는 두 봉우리가 있는데 큰 봉우리를 큰 대나 오름, 작은 봉우리를 작은 대나 오름이라 하며 큰 대나오름은 표고 697m 둘레 2,498m이고 이 큰 대나 오름 기슭에서 자연 용출되어 나오는 물이 절물약수라고 한다.

산림문화휴양관(숙소) 입구에는 피톤치드에 대한 설명과 함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방문 기념 팻말이 세워져 있다. 그의 방문을 소개하는 의미는 유명인을 내세운 홍보 전략일 것이다. 휴양림에는 전망대, 등산로, 순환로, 산책로, 야영장 등의 편의 시설과 체력단련시설, 어린이 놀이터, 민속놀이시설 및, 야외교실, 자연관찰원, 교육자료관, 임간 수련장 등 교육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고 소개하지만, 다음 일정에 쫓겨 둘러보지 못했다. 나 홀로 여유 있는 여행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13:00 중식 장소로 옮겼다.

제주 제주시 연화남길 41번지에 위치한 ‘화목원’은 제주 향토음식 전문점으로 한정식이 준비돼 있었다. 제주의 풍요로움과 제주의 문화, 제주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식사 후 우리는 제주KAL호텔에 여장을 풀고 14:30분경에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가했다. 이날 <잡지, 미래를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이용준 잡지학회장과 김원제 박사, 박인학 잡지협회부회장 등이 강연을 맡았다. 고희범 제주시장(전 한겨레신문 사장)은 축사에서 제주는 차량 등록 시 차고지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고 말해 주차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 절물휴양림
▲ 절물휴양림

그 시절 추억의 테마공원 ‘선녀와 나무꾼’

아침에 일어나자 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KAL호텔 12층에서 바라본 제주시 전경은 빗속에 잠겨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호텔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로비로 나가자 오늘 관광장소가 변경됐다고 한다. 실내 관광지인 ‘선녀와 나무꾼’과 해녀박물관, 만장굴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1997에 위치한 ‘선녀와 나무꾼’ 테마공원은 근대 역사 문화를 재현한 곳으로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곳이다. 1950년대 전후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해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입구에는 빗속에 수국이 함초롬히 피어나 우리를 반긴다.

나 어릴 적 추억들이 그대로 담겨있어 과거를 돌아보며 회상에 젖게 한다. 함석과 슬레이트 지붕, 좁은 골목길, 연탄 수레, 동네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찾는다. 대장간이 보이고 당시의 생활용품도 진열돼 있다. 뻥튀기 장면에서 또 한전 그때 그 시절을 상기해 본다. 실제 당시의 동동주와 부추전, 묵무침 등을 파는 가게도 있어 추억의 대포 한 잔을 들이켤 수 있는 낭만도 있다. 주간경향, 선데이서울 등 당시의 인기 잡지를 보면서 잠시 추억에 적어 본다. 주간경향은 필자와 깊은 인연이 있는 잡지다. 만화방도 있고, 주막, 신혼방, 부뚜막이 있는 부엌, 각설이 등 곳곳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할 수 있고, 딱지놀이와 공기놀이에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 보였다. 활판 인쇄와 조판을 위한 문선공이 과거로 나를 인도한다. 필자가 중학교 졸업 직후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 인쇄소였으며, 문선공으로 근무했다. 어려운 한문 활자를 제대로 찾지 못해 기술자로부터 호되게 야단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익힌 한자가 지금의 한문 실력의 기초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교실 난로 위에 양철 도시락을 올려놓은 기억을 상기시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에서 과거를 알고 현재를 느끼며 미래를 구상하는 곳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역사문화 현장이다. 흐드러지게 핀 수국과 연꽃이 물든 연못 전경이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753에 위치한 향토음식점 ‘해룡식당’에서 생갈치조림과 고등어 구이로 점심을 먹은 후 해녀박물관으로 향했다.

▲ 선녀와 나무꾼 박물관
▲ 선녀와 나무꾼 박물관

인류무형문화유산 한 맺힌 ‘해녀박물관’

우리는 빗속에서 관광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은 제주를 상징하는 해녀들의 생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해녀들은 녀, 수, 잠수라고 불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 주목받아 왔다. 해녀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 정신으로 전국 각처와 일본 등지로 원정 물질을 가면서 제주 경제의 주역을 담당했다. 유네스코는 오랜 세월 이어 온 제주해녀문화의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 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제주의 해녀들은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수탈에 맞서면서 권익 보호를 위해 전국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을 거행해 자존의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역사의 현장에 박물관을 건립해 세계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해녀문화를 전승·보존하고, 이곳을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

박물관 입구 잔디 정원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있고 즐겁게 뛰노는 모습에서 평화로움을 느낀다. 해녀의 조형물이 우리를 반기고 해녀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 도구들이 진열된 공간과 해녀의 물질 작업 등을 재현한 장면도 있다.

‘목사허공명휼민청정비’가 눈길을 끈다. 1814년(순조 14)에 허명은 해녀들이 미역을 캐는 데 따른 수세(水稅)를 없애고 돈 900냥을 준비해 공용에 보태 쓰도록 했다. 백성들이 이 같은 허명의 덕을 칭송하여 허명 휼민 청정비를 세웠다고 한다. 해녀의 물질 모습 동상이 걸린 벽면에는 이런 시구가 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물질, 그래도 태왁망사리를 한가득 채우는 기쁨”

▲ 해녀박물관
▲ 해녀박물관 내부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답사

온종일 내리는 빗줄기 속에 만장굴을 찾았다. 본래 일정에 없는 곳으로 비가 내리는 덕분에 세계유산을 답사할 수 있었다. 만장굴은 어릴 적에 와 본 아련한 추억만 있을 뿐 실체가 없이 기억만 존재해 왔던 곳이다. 날씨에 감사해야겠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41-3에 위치한 만장굴은 거문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해안으로 흘러가면서 형성된 약 80여 개에 이르는 용암동굴 중 가장 규모가 큰 동굴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제주도 사투리로 ‘아주 깊다’는 뜻의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온 만장굴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에게 알려져 왔으나 출입구가 나무들로 가려져 있었고 굴이 깊고 위험해 탐색되지 않고 있다가 1958년 당시 김녕 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종휴 씨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만장굴은 용암의 유출 방향에 따라 형성된 단일 통로로 총 길이 7,416m, 최대폭 23m, 최고 높이는 30m에 이른다. 천장 3곳이 무너지면서 3개의 입구가 형성됐는데 제2 입구에서 용암 석주까지 1km 구간만 개방되고 있다. 동굴 내부는 11~18°C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다. 큼직하게 뚫린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15m 정도 내려가다 보면 동굴 안에서 밀려오는 어둡고 찬 공기가 진하게 폐부를 찌른다. 굴의 내부는 매우 깊어 빛과 소음을 싫어하는 박쥐들에게 좋은 서식처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만장굴에는 6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데 제3 입구는 긴날개박쥐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졌다. 약 30만~10만 년 전에 형성 된 만장굴은 동굴의 형태와 다양한 미지형이 잘 보존돼 있어 그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98호(1962년)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07년) 지정됐으며, 우리나라 최초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고(2010년), 세계 7대 자연경관 명소로 선정됐다(2011년). 벽면과 바닥에 용암유선구조, 용암선반, 밧줄구조 등이 나타나고 종유석, 곡석, 석주, 유석,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용암발가락은 용암이 흐르면서 먼저 굳어진 표면의 틈을 따라 내부에 있던 용암이 코끼리 발톱 모양으로 빠져나온 형태를 말하는데 팻말로 설명하고 있다. 개방된 동굴 끝에 위치한 용암석주는 천장을 흐르던 용암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기둥모양으로 만들어진 동굴 생성물로 높이가 7.6m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되돌아 나간다. 어두침침한 공간이라 카메라 촬영도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이곳에서는 희미하게나마 조명이 밝혀져 있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깊은 동굴 방문 시는 플래시 용량이 큰 것으로 준비해야겠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이므로 관광객들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만장굴 입구 매점에서 쉼 없이 내리는 초하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일행과 맥주 한 잔으로 목마름을 해소했다. 저녁 만찬장은 제주시 서해안로 572에 위치한 ‘삼다도횟집’이다. 일행 모두가 참석하는 자리라서 왁자지껄하다. 우정의 식사로 친교를 나누고도 아쉬움이 남아 KAL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호프를 마시며 커뮤니케이션 장을 만들었다.

▲ 만장굴 내부

제주 빛의 벙커 : 클림트·훈데르트바서 전시회 관람

호텔 사우나에서 숙취를 풀고 그곳 뷔페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관광버스에 올랐다. 2박 3일의 마지막 날로 2곳이 관광 일정으로 계획돼 있다. 먼저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인 빛의 벙커를 관람했다. 사전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만큼 빛의 향연이 강렬하고 화려했다. 유명 화가의 작품과 설치예술이 빛으로 아우르면서 살아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공간이 연출됐다. 이해하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전문가적인 깊이 있는 감상보다 보이는 그대로 느낌을 받는다. 황홀하고 아름답다. 생동감이 넘친다. 작품 속으로 함몰되는 자신을 본다. 이렇게 빛을 통해서 음악과 함께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감명을 받았다고 할까. 상영 시간 45분이 찰나에 지나간다. 남아 있는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 속에 넣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담으면서 정작 본인의 감상은 뒷전이 된다.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아미엑스(AMIEX, Art&Music Immersive Experience)는 관람객에게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에 관람객은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싸여 거장의 작품과 음악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며 작품과 내가 하나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아미엑스 전시의 특징이다. 프랑스의 Culturespaces 社가 2009년부터 개발해온 아미엑스는 2012년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해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이란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다. 2018년 4월에는 파리 11구의 낡은 철제 주조공장에서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ères)’를 오픈했으며 동시에 파리 예술 트렌드의 중심이 됐다. 그해 11월 프랑스 외 최초로 이곳 제주에서 아미엑스 ‘빛의 벙커(Bunker de Lumières)’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빛의 벙커(Bunker de Lumières)는 서귀포시 성산에 위치한 옛 국가 기간 통신시설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였다.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된 곳이다. 이 벙커가 제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작품을 출연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시대 비엔나의 호화로운 예술문화의 상징인 순환도로 링 스트라세(Ring-strasse)의 대표적인 장식 화가로 손꼽히고 있다. 황금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키스(La Baiser, 1908-1909)’는 빈 분리파 혁명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번 몰입형 전시는 클림트의 독특한 특성과 성공을 집약한 황금 시기와 초상화, 풍경화를 중심으로 준비됐으며, 한스 마카르트(Hans Makart, 1840-1884), 에곤 쉴레(Egon Schiele, 1890-1918) 등 당대 비엔나의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클림트가 주도한 예술혁명으로 점철된 예술 부흥을 철저하게 구현한 비엔나 출신 화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1928-2000)의 작품을 몰입형으로 보여주는 설치예술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의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인간, 생명과 그 구성요소들의 면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곧바로 무너져 내릴 듯한 기하학적 형태로 만들어진 창문들은 다채로운 색상이 덧입혀진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선들은 인간을 중심에 둔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유토피아를 그려낸다. 관람객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작품 속에서 무대에 올라 일부가 된다.

▲ 박물관 내부
▲ 박물관 내부

천연기념물 제374호 천년의 숲 ‘비자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1664에 위치한 ‘순덕이네’는 돌문어 볶음 전문점으로 가이드는 숨겨진 맛집이라고 소개한다. 매콤하고 쫄깃한 돌문어 맛에 배부른 줄도 모르고 먹다보니 출발시간이다. 마지막 코스인 ‘비자림’에 도착해 삼림욕으로 소화를 시켰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이곳 비자림은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에 위치하며, 448,165㎡의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7∼14m, 직경은 50∼110㎝ 그리고 수관폭은 10∼15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예부터 비자나무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많이 쓰였고, 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 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사용돼 귀중한 경제림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휴양림으로서 가치가 더 크다고 한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회복과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 자연 건강 휴양 효과가 있다. 2005년 제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돼 우수상을 받았다는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비자나무는 늘 푸른 바늘잎 나무로서 제주도와 남부 일부에서 자라는 나무로 잎이 非 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울창한 수림을 이루고 있는 비자림은 돌담길을 끼고 산책로가 조성된 곳도 있어 제주의 돌문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심호흡으로 제주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면서 힐링의 시간을 마무리 했다.

멋진 동료들과 함께한 나 홀로 관광이라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종종 문화관광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연착으로 17:00에 부산행 아시아나 항공편에 올랐다.

▲ 비자림

글 사진 전병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