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는 여름 휴가철을 기다린다.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해수욕을 즐기러 온 사람들과 각종 축제들로 북적인다. 최근에는 서핑 같은 해양레포츠가 대중화되면서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더 증가한 추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런 휴가 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해수욕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해양레포츠 인기
7월은 본격적인 피서가 시작되는 시즌이다. 단순히 해수욕만 즐겼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색다른 해양레포츠 프로그램이 다양해 바다에서 놀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서핑과 패들보트, 요트 등이다.
스탠드 업 패들보드(SUP: Stand Up Paddle Board)는 말 그대로 보드 위에 서서 노를 저어가며 이동하는 수상레포츠로 강이나 바다 어디든지 즐길 수 있다. 서핑에 비해 장소의 제약도 적고, 배우기도 비교적 쉬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서핑(surfing)은 파도타기의 뜻으로 파도의 표면을 타는 운동이다. 서핑보드를 타고 파도의 경사진 면을 오르내리며 높이와 속도를 즐길 수 있다. 서핑은 초대형 파도가 일어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양, 송정, 대진, 만리포, 태안, 여수, 통영, 포항, 제주 등이다.
대한서핑협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서핑 인구는 2014년 4만 명에서 2017년 20만 명으로 3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핑 붐을 타고 서귀포시 중문을 시작으로 전국 해수욕장으로 서퍼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부산 송정해수욕장도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서핑 명소다.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이라 사계절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으며, 파도가 잦고 수심이 알맞아 초중급자가 서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해안 여행상품 가운데 선택 관광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서핑이다. 서핑은 초보자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로 특히 대진항은 밀물과 썰물이 서핑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해 서핑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양양 인구해변 근처 거리는 개성 있는 서핑샵과 게스트하우스, 맛집,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양리단길’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컨테이너로 만들어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라운지 펍 등은 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한 해에만 7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양양에서 서핑을 즐겼으며, 양양은 서퍼들이 많이 찾는 해변을 ‘서핑특구’로 지정해, 서핑 페스티벌 확대, 서핑 선수단 창단 계획 등 서핑 산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백사장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해양관광이 아무리 활성화 되어도 소용없다. 해변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지난달 강원 동해안 지자체에 따르면, 주문진의 한 해수욕장은 최근 몰아친 너울성 파도에 백사장이 깎여나가 어른 키만 한 수직 벽이 생겼다. 옥계면의 한 해수욕장도 너울성 파도로 백사장이 잘리다시피 했으며, 양양의 한 해수욕장 역시 백사장 모래가 상당히 유실되어 해수욕장 운영에 비상에 걸렸을 정도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은 매년 모래를 투입해 백사장을 정비하고 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강타했을 때, 당시 최대 40m였던 광안리 백사장의 폭은 25m까지 감소했고, 2013년에는 ‘침식 우려 지역(C등급)’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해양수산부 ‘제2차 연안정비계획’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14억 원을 들여 3만 1000㎥에 달하는 모래를 쏟아 부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해마다 먼 바다로 밀려나는 역파도 현상, 이안류를 완화시키기 위해 바다 밑에 모래를 부어왔지만 올해는 바닷모래를 구하지 못해, 해수욕객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 창원시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광암해수욕장도 강모래 5000㎥를 합천에서 구해 백사장에 부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그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해수부의 2015년 전국 주요 연안 250개소에 대한 연안침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제주지역 11개소 가운데 신양·표선·하모 해변 등 7개소는 ‘침식 우려 지역(C등급)’으로 분류되어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 2017년 조사에서는 함덕·이호·협재 해수욕장은 안정적으로 해빈을 유지해야하는 등급을 받았지만, 모래유실은 지속되고 있다.
체계적인 연안정비사업
백사장이 유실되는 원은으로는 환경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환경적으로는 기후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너울성 파도가 자주 발생하면서 해안 침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은 연간 2.5mm로 전세계 평균 1.8mm보다 상회하고 있어, 해안 침식의 영향이 더욱 큰 편이다.
문제는 인위적인 요인이다. 항만·어항 개발과 해안도로 건설,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등 해안에 각종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면서 물길에 변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해안의 모래가 이동하면서 침식이 발생하는 것이다. 관광활성화를 위해 해변을 매립하고 해안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도리어 관광요소를 파괴하는 양날의 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같은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안정비사업이 필요하다.
다른 해수욕장의 해변이 사라지고 있을 때 속초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오히려 넓어졌다. 속초해수욕장은 너울성 파도에 가로등과 산책로가 파손될 정도로 해마다 심각한 침식이 반복됐던 지역이다. 하지만 2015년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의 연안정비사업이 시행된 이후에는 침식이 눈에 띄게 감소해, 2017년 56m에 불과했던 백사장이 80m로 넓어졌다. 침식방지 시설인 헤드랜드와 잠제(바닷속 방파제)를 설치해 모래의 유실을 막은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는 제3차 연안정비가 이뤄진다. 전국에 있는 해변의 침식실태 및 경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업이 해양관광 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될 예정이다.
팥소 없는 단팥빵은 없듯이, 백사장이 없는 해수욕장도 있을 수 없다. 단순히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해양관광을 생각해야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