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에어비앤비, 아고다, 부킹닷컴 등 글로벌 숙박 플랫폼 간 공방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부당한 환불 불가 조항으로 한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약관을 고치라는 공정위의 요구에 전 세계에서 한국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업체 간의 힘겨루기다.
특히 글로벌 숙박 플랫폼 업체들은 우리나라 법정에서 패소할 경우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민사소송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긴장한 표정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공정위가 에어비앤비 아일랜드와 에이온 헤시 온(Eoin Hession) 대표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주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항고를 접수한 고검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한 경우 수사를 다시 하라고 지시하는 절차다.
지난 2017년 9월 공정위는 한국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도록 약관을 방치한 혐의로 에어비앤비 아일랜드와 대표자 에이온 헤시 온(Eoin Hession)을 검찰에 고발했다.
에어비앤비 약관 중 △숙박 예정일로부터 7일 이상 남은 시점에 예약 취소 시 숙박대금 5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엄격 조항’ △서비스 수수료(홈페이지 이용료, 숙박대금의 6~12%) 환불 불가 조항이 소비자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에어비앤비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숙박 예정일이 30일 이상 남은 시점에 취소하면 숙박대금 100% 환불하고 30일 미만 남은 경우에는 50%를 환불하는 것으로 약관을 수정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한국인 게스트(숙박인)가 수정된 약관에 따라 예약을 하더라도 호스트가 동의를 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아울러 에어비앤비는 환불해주지 않았던 서비스 수수료를 100% 환불해주기로 공정위와 합의하고 약관을 수정했지만 ‘연간 3회 초과 취소 혹은 중복 예약 시 일체 환불 불가’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단서조항이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다고 판단해 약관 법 위반 혐의로 에어비앤비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에어비앤비의 수정된 약관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곧바로 항고를 했고 서울고검은 중앙지검 수사가 미진했다는 판단 아래 재수사를 지시했다.
해외호텔 예약사이트인 아고다와 부킹닷컴 역시 공정위로부터 ‘환불 불가 약관’을 수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취소 시점에 상관없이 예약 변경·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약관조항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업체들은 환불 조건은 숙박업체가 결정하는 것이어서 플랫폼 사업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각각 지난달 8일과 15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아고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 준 상황이다.
글로벌 숙박 플랫폼의 약관에 경쟁당국이 칼을 댄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글로벌 숙박업체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 나라는 불공정 약관 문제를 민사소송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사안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업체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례라 주목된다. 플랫폼 특성상 소비자(게스트)와 공급자(호스트) 모두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과 국내법상 소비자 약관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게스트)의 권리를 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