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돌아온 4월, 대한민국은 안전할까?

돌아온 4월, 대한민국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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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대형 참사와 자연재해, 방재의식은 어디로

초대형 재난에 대한 정부 대책 부재와 안전 불감증이 낳은 최악의 참사, 4.16 세월호 사고가 벌써 5주년을 맞았다. 사고 이후 정부와 국민들은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를 다짐했지만,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재가 끊이지 않았고, 포항, 경주 지진 등 여전히 대형 참사에 취약한 모습이다. 안일한 안전 불감증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행정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0일, 정부연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이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인근 지열발전소가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 결국에는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끔찍한 악몽 그 자체였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도 피할 수 있는 인재였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오로지 172명만 살아남은 이 사건은, 엉뚱한 교신으로 인해 골든타임이 지연됐으며, 선장과 선원들은 무책임했고, 해경은 소극적으로 구조했으며, 정부의 구조는 사건이 일어난 지 8시간 이후에서야 시작되는 등, 총체적 부실이 최악의 참사를 만들었다. 어쩌면 애초에 2배 이상의 화물을 과적하지만 않았어도 대형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의 대형참사가 없길 바랐지만, 2017년 제천스포츠 센터 화재는 불법 증·개축 등으로 사망자 수를 키운 꼴이었으며, 규정 이상의 환자를 받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는 51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수능을 치른 고교 3학년 10명이 강원도의 한 펜션에서 사망한 사건은, 보일러 점검만 잘하고 기준에 맞게 설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들어선 농어촌민박은 관련 규제가 완화되었는데, 덩달아 안전 기준까지 함께 유해진 것이다.

재난은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와 관할부처의 재난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며,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기관이 지난해 사회안전과 재난대응 전반에 대해 심층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세월호 이후 재난·재해 대응체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절반이 넘는 51%로 집계되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대형 재난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64%였고, ‘전혀 안전하지 않다’가 15%로 10명 중 8명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우려하는 재난 요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의 ‘재난안전법’에서 규정한 자연재해 유형 중, 지진 위험을 불안해하는 응답이 85%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그 다음이 가뭄·폭염(66%) 홍수·침수(64%) 태풍 강풍(61%)의 순이었다. 그밖에 재난에도 응답자의 66%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난안전 관련 기술 수준을 임기 안에 선진국의 8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3조7418억 원을 투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복지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난 대비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불감증’ 개선이다.

정부 차원의 안전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안전 의식을 높이고 위급상황시 대처방법을 익혀놓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에서 일반국민이 생각하는 ‘안전의식 수준’은 2.7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2.85점으로 일반국민에 비해 다소 높지만 여전히 낮은 점수다.

전문가들은 재난·사고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적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을 ‘실효성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실효성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안전교육’ 체계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학교안전교육은 의무화되어 실시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교육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안전교육이 의무화됐음에도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교육 커리큘럼의 전문성 부족과 관련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이 같은 문제는 학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의 안전교육 체계도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 등에 예산을 낭비하기 보다는 수십 년이 걸리는 안전문화 개선을 위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진과 쓰나미, 태풍, 화산 분화가 수시로 발생하는 자연재해 대국 일본의 대비책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주요 도시 마다 시민방재센터가 있으며, 시민들은 원하는 때에 화재와 지진, 강풍, 수해 등을 체험하고 대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일본의 방재전문가들은 재난을 관리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최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할 전문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는 모든 재난 상황이 일어나는 순간 재난방송태세로 전환한다. 기상청에 수집·분석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예보 메시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린다. 지진이나 태풍과 같이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 24시간동안 재해가 발생한 지역을 면밀히 취재하며 현지의 상황을 전국으로 전달한다. 이 같은 정보체계는 전 국민이 재해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재해가 발생한 지역의 복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방재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체계적인 재난관리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대학원 수준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대학이 소방방재학과와 안전공학과 등을 개설했지만, 이들 학과에서는 소방과 산업안전을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서 연구자가 아닌 관리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다.

자연·사회재난원인을 보면 엔지니어링적인 문제는 15~20%일 뿐, 80%는 인식·문화 등이 원인이다. 안전관련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안전에 둔감한 문화와 인식이 변화될 수 있게해야 한다.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의 안전 의식과 안전 생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민이 안전을 지킬 일차적 책임자가 스스로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방법을 몸에 익혀야, 다시는 4월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