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안동, 정월 대보름 맞아 동제(洞祭) 곳곳에서 열려

안동, 정월 대보름 맞아 동제(洞祭) 곳곳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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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대보름 맞이 동제(사진=안동시)

 

정월 대보름은 농경사회에서 한 해의 시작이며, 가장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의미 있고 중요한 날에는 세습풍습이 행해진다. 세시풍습의 거의 절반이 정월에 치러지고, 절반 이상이 정월 대보름에 행해진다.

정월 대보름, 다른 어떤 행사보다 앞서 치르며 중요하게 여기고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동제(洞祭)이다. 동제는 마을의 안녕과 화합,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사로 대개 마을의 전설과 관련된 고목,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전통사회에서 동제는 마을공동체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산업화, 도시화로 이러한 세시풍습이 잊히는 가운데 아직까지 굳건히 그 전통을 이어오는 곳이 있다. 안동이다.

옛날부터 안동에는 안동부사나 군수가 부임하거나 퇴임할 때 안동 고을만이 가진 특이한 의전(儀典)행사가 있다. 바로 안동의 신목에 당제를 지내는 일이었다.

안동부의 당제는 기록이 없어 시작연대는 알 수 없으나 1930년경에 조사 보고된 ‘한국의 지리 풍수’에 기록돼 있는 내용으로 보아 조선조 초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때 이후 매년 정월 대보름 첫 시에 고을의 책임자가 지내온 전통풍습이다.

권영세 안동시장도 오는 18일(월) 자정(2월 19일 첫 새벽) 웅부공원에 있는 신목에서 ‘안동부(安東府) 신목제사(神木祭祀)’를 올린다.

옛 군수 관사 터에 위치한 당신목은 수령이 800여 년의 높이 15m, 직경 약2m의 느티나무로 신라 때 의상대사(義相大師)가 심은 나무라는 전설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제주(祭主)인 안동시장은 신목 제사를 위해 제사 3일 전부터 근신하며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과일, 어육, 편(떡)류 등 제수를 정성껏 마련해 제사를 지낸다. 음복은 대보름 아침 안동시청 각 부서별로 제사에 올린 떡을 봉송해 전 직원이 나눠 먹도록 하는데, 이 떡을 먹으면 소원을 성취한다고 전해 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에서도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 정월 대보름 아침 6시 30분 하회마을의 주산인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中堂)인 국신당(國神堂)과 하당(下堂)인 삼신당(三神堂)을 돌며 동제를 올린다. 특이하게도 3곳을 돌며 동제를 지내는 것이다. 제사 후에는 삼신당, 양진당, 충효당을 차례로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특히 안동에서는 신격화된 신앙으로 발전한 공민왕 관련 동제가 있다.

‘홍건적의 난’으로 안동에 몽진한 공민왕을 추모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민왕 관련 동제는 ▲도산면 가송리 딸당, ▲용상동 공민왕당, ▲예안면 정자골 며느리당, 신남리 딸당에서 2월 18일 자정에, ▲풍산읍 수리 국신당과 ▲도산 내살미 왕모당에서 19일 오전에 올려지는 등 현재 6곳에서 공민왕 관련 제사를 지낸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에도 제사를 올린다. ‘녹전 사신리 느티나무 당산제’와 ‘길안 송사리 소태나무 동제’, ‘임동면 대곡리 굴참나무 동제’로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서연 기자 ls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