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전국이 들썩들썩, ‘신공항’ 과연 답일까?

전국이 들썩들썩, ‘신공항’ 과연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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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Low Cost Carrier, 저가항공사)가 대두되고, 제주나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항은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만큼 친숙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요즘이다. 인근지역의 관광을 활성화 시켜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교통플랫폼의 장점 덕분일까? 제주2공항, 영남신공항, 새만금신공항에 흑산공항까지.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로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영남신공항, 가덕도vs김해 끝나지 않는 전쟁

영남신공항은 오래된 난제다. 기존 영남권 공항인 김해공항은 이용객이나 비행편 등이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부산은 가덕도를 매립해서, 대구는 밀양에 신공항을 짓자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지난해 겨우 김해공항을 확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듯 했으나, 가덕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당선되면서 다시 이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가덕도신공항은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처럼 섬을 매립해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소음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 간사이공항이 태풍 21호 제비로 인한 쓰나미로 활주로가 침수, 공항이 폐쇄될 정도로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것에 대해 찬성하던 사람들조차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짓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실감한 분위기다. 국토부도 지난 9월 6일 간사이공항을 반면교사 삼고, 김해가 밀양과 가덕도 등 타 다른 후보지에 비해 공항이 입지가 가장 좋다는 것을 이유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영남신공항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새만금신공항, 전북이 뿔났다

새만금 내부개발과 투자유치 활성화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히고 있는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9월 10일 공항 건설에 필요한 기본계획수립 용역비가 전액 삭감됐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필요한 사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전라북도는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 이전에는 공항 개항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과정은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충청도와 전라남도에서도 공항 활성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만금신공항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상태에 놓였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광주 민간공항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2021년까지 통합 이전하기로 합의하며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 충남도는 “서산비행장이 김포국제공항보다 크고 활주로 2개를 갖춰 중형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해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서산비행장을 민항 유치할 것을 건의했고, 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을 공항중심경제권 선도공항으로 지정해줄 것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오가는 찬반갈등, 흑산공항

흑산공항은 심의 중이라, 타당한 사업인가를 두고 갈등이 빚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 54만여㎡에 길이 1.16㎞, 폭 30m의 활주로를 갖춘 소형 공항을 짓는 것이 목표인 흑산공항은, 완공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며 전국에서 1시간 안에 흑산도에 닿을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흑산도에 가려면 보통 7시간 걸리는 것에 비하면 소요시간이 파격적이다.

흑산공항을 추진하는 주된 명분은 주민 교통기본권 확보와 관광증대, 응급수송 체계 구축 등이다.

문제는 흑산도가 철새도래지라 서식지를 훼손시키지 않을 수가 없고, 안개가 잦은 탓에 안정적인 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을 뜻하는 비용편익값(BC)이 산출할 때마다 값이 달라지고, 사업자 이익을 뜻하는 재무적 타당성(PI)가 0.17에 불과해, 1,000원을 투자하면 830원이 손해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안군과 국토교통부는 흑산공항 유치를 위해 15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오랫동안 이어진 공항 건설 논란을 일단락 지을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 9월 19일 열렸으나, 참가자들이 심의 연기 여부를 놓고 고성이 오갈 정도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다.

한편 항공응급학 전문가들은 섬지역 응급환자의 빠른 이송을 위해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재 우리나라 한국 의료협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항공기가 운항되더라도 응급환자를 이송할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는 일반 여객기를 이용하기는 어렵고, 특수항공기와 인력이 상시 대기해야 하지만 현실성이 낮다. 흑산도와 비슷한 일본의 오키 제도는 소형 공항이 있는데도 중증 응급환자 이송은 닥터헬기나 해상안전청 순시선을 이용하고 있다.

공항은 관광을 활성화 시킬까?

드넓은 초지에 주민들이 풀어놓은 황소들이 한가로이 누워 풀을 뜯고, 황로는 황소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등 위에 올라타기도 한다. 여름철새인 황로는 황소에게 기생하는 곤충을 잡아먹어, 황소는 황로가 귀찮게 해도 내쫓지 않는다. 한가롭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흑산도만의 천혜의 경관은 공항이 착공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관광을 위해 공항을 만들지만, 정작 관광할 거리가 적어지는 아이러니다.

흑산도 공항 예정인 부지에는 황로뿐만 아니라 흰배지빠귀를 비롯해 다양한 새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있다. 매년 150종 이상의 철새가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 항공기 이착륙 시 버드스트라이크 위험을 피하기도 어렵다.

제주도에서는 이미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토론이 활발하다. 관광객이 과하게 밀려들면서 정작 제주의 특색인 휴식과 여유를 느끼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성 관광은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지역관광경제를 도태시킨다.

개발만이 발전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보수하는 것이 때때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신공항 하나가 새로운 물꼬를 트게 할 수도 있다. 투명한 타당성 조사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에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더해져야 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