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사조선창화시권’ 등 2건 국보 승격

‘봉사조선창화시권’ 등 2건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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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보물 제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 보물 제1405호 ‘비해당 소상팔경시첩’ 등 2건을 국보로 승격했다고 23일 밝혔다.

▲봉사조선창화시권(예겸과 신숙주 글씨) (사진=문화재청)

국보로 승격되는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卷)’ (보물 제1404호)은 1450년(세종 32년)에 명나라 경제(景帝, 재위 1450∼1457)의 조서(詔書)를 가지고 조선에 사신으로 온 한림원시강(翰林院侍講) 예겸(倪謙, 1415∼1479)이 원접사(遠接使)로 나온 정인지(鄭麟趾, 1396~1478), 신숙주(申叔舟, 1417~1475), 성삼문(成三問, 1418~1456) 등과 서로 주고받은 글 37편이 수록된 총길이 16m에 달하는 두루마리이다.

이 시권(詩卷)은 예겸에 의해 본래 시책(詩冊)으로 만들어졌으나 청나라 때 두루마리 형태로 재장정됐다. 1958년 경 국내로 들어와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 등 당시 쟁쟁했던 문화재 애호가와 학자들의 감정(鑑定)을 받았다. 그때 작성된 감정기록이 지금도 전해오고 있어 작품의 가치와 역사적 의의를 더욱 높여준다.

오늘날 친필이 거의 전하지 않는 정인지‧성삼문‧신숙주가 쓴 글씨를 전서‧예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확인할 수 있고, 기준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 전기 서예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아울러 명나라 사신과 조선의 관료가 문학 수준을 겨루며 양국 간의 외교를 수행한 일면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 외교사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번에 같이 국보로 승격되는 ‘비해당 소상팔경시첩(匪懈堂 瀟湘八景詩帖)’ (보물 제1405호)은 1442년(세종 24)에 비해당 안평대군 이용(匪懈堂 安平大君 李瑢, 세종의 셋째아들, 1418~1453)이 주도해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주제로 당대 문인 21명의 글을 모아놓은 시첩이다.

각 시는 대부분 작자의 친필 글씨로서, 이들의 유묵(遺墨)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의 문학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문학적인 의의가 매우 높다. 이 시첩에 글을 남긴 성삼문(成三問), 박팽년(朴彭年, 1417~1456) 등 사육신(死六臣)을 비롯해 많은 명사가 1426년(세조 2년)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돼 사사(賜死)됨으로써 이들이 직접 쓴 글씨가 전하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희소가치가 크다.

중국 문물을 수용하되 독자성을 갖춘 우리 문화로 승화시켰다는 점, 왕실과 사대부 계층의 문화향유 양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점, 15세기 서예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등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 온 작품이다. 조선 전기 명가들의 친필 유작을 모은 유일한 자료이자 전래 경위도 분명한 만큼 국보로 승격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