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이자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도시로 기네스북에도 오르기도 한 방콕의 태국 내 공식 이름은 ‘끄룽텝 마하나컨 보원 랏따나꼬신…위쓰누 깜쁘라씻’으로 일흔 글자나 된다. 타이의 수도. 짜오프라야 강 하구의 30㎞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이름으로 스와나푸르라고도 하며, 타이 어로는 ‘천사의 도시’라는 뜻의 크룽텝이라고도 한다. 방콕은 ‘기름야자의 숲’이라는 뜻도 있지만, 방(bang)이 ‘물가의 촌락’, 콕(kok)이 ‘숲’이라는 뜻이므로 ‘숲속에 있는 물가의 촌락’이라는 뜻도 있다. 1782년 차크리 타이 왕조가 건설한 도시로, 오늘날 타이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이다. 방콕은 1,500㎢가 넘는 지역으로 태국 인구의 1/10이 방콕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방콕의 신공항인 수완나폼 공항(Suvarnabhumi Airport)은 동남아시아 교통의 허브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태국은 1932년 전제 군주제가 폐지되고 입헌 군주제가 선포된 나라로서, 법적으로 국왕은 정치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현실 정치에서 국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태국에서는 무력의 상징인 군(軍)도 정치 개입의 명분을 위해선 국왕의 승인이 필요하며, 따라서 군은 국왕의 충실한 파트너를 자청하고 있다. 태국의 군부를 ‘왕의 군대(Royal Army)’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는 전형적인 열대 몬순 기후에 속하여 1년 중 가장 더운 4월의 평균기온이 30℃, 최저기온인 1월은 25.6℃로 연교차가 불과 4.4℃이며, 1년 내내 고온이 계속된다. 연 강수량의 대부분은 5∼10월의 우기에 집중되며, 11∼2월의 북동 몬순의 계절에는 강수량이 극히 적고, 대기는 서늘하고 건조하여 1년 중에서 가장 쾌적하다.
18세기까지는 중국 상인의 취락에 지나지 않았으나, 1782년에 왕도(王都)로 정해진 후부터 오늘날의 대(大) 방콕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르며 서 있는 최첨단 빌딩들과 그 사이로 무허가 주택들이 들어서 있고,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에 인도를 점유하고 있는 노점상들, 방콕은 한 마디로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빗속에서 수상시장을 관광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방콕의 한식당을 찾았다. ‘장원’이라는 한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자 마치 한국의 식당가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시야에 든 거리 전체가 한국식당이다. 삽겹살구이를 주문했다. 상추, 깻잎, 마늘, 풋고추, 막장 등 완전한 한국 식단이다. 삽겹살은 비계가 적고 담백해 필자의 구미에 맞아 업소에서 주문한 소주(참이슬)를 반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식사 후 호텔에 들려 샤워와 비 맞은 옷을 갈아입고 행사장(총재 이·취임 식장)인 방콕 임팩트 컨벤션 센터(IMPACT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로 향했다.
● 태국의 왕궁을 답사하다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왕궁 관광길에 올랐다. 우리 일행 4명은 전용 미니 관광버스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가이드에게 태국의 풍습에 대해 질문을 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직업 근성인가 보다. 방콕의 재벌들은 대부분 중국인 3세들이라고 한다. 행사장인 컨벤션 센터도 중국계 개인 소유라고 한다. 태국 원주민들은 소유욕이 없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이다. 가이드 따우는 “태국인들은 3개를 받고 5개를 주는데 중국인들은 5개를 받아 1개만 준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민속 춤사위에서 읽을 수 있단다. 왕국으로 가는 길목에는 태국 국왕의 사진과 사당들이 위치하고 있다. 태국은 소승 불교로 집집마다 불상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방콕의 대중교통은 무료 버스와 선풍기 버스, 에어컨 버스가 있다. 지하철도 있고, 택시와 삼륜차인 툭툭이도 있다.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태국인들은 무료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왕궁은 라마 1세부터 역대 국왕들이 살았던 곳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증개축을 하면서 왕궁의 규모가 커져 현재에 이른다. 짜끄리 왕조를 연 라마 1세가 랏따나꼬신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왕조의 번영을 비는 의미로 지었으며 궁전과 집무실, 사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제사를 모시는 왕실 수호 사원 ‘왓 프라깨우’는 태국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최고의 사원이다. 주차장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은 휴일(4월 29일 일요일)이라 관광객들로 붐빈다. 중국 관광객이 대부분이란다.
입구에서 경비원들이 복장 검사를 한다. 왓 프라깨우를 포함한 왕궁은 반바지나 민소매 옷차림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옷을 빌려주는 곳도 있다. 넓은 잔디 광장 뒤로 황금빛 궁전들이 줄지어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밀려서 가야 했다. 제대로 카메라 위치를 잡기도 어렵다. 그 많은 인파들이 스마트폰으로 포즈 잡기에 번잡하다. 통로 가운데서 광경보다도 기념 ‘인증샷’이라도 남겨야 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스마트폰 촬영으로 발 디딜 곳조차 없다. 이젠 전용 카메라가 없어도 간단한 사진은 스마트폰이 대체한다.
전각 속에 황금 불탑이 위치하고 그 안에 불상이 있다. 황금빛으로 지어진 건물들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벽면에 구축된 황금색 조각물들은 예술작품이다. 하늘을 찌르듯 높게 솟은 탑들이 마치 천상에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 같다.
입구로 들어가 왓 프라깨우를 지나면 왕들이 기거했던 보로마비만 마하 쁘라쌋(Boro-mabiman Maha Prasats)을 비롯한 궁전들이 나온다. 보로마비안 마하 쁘라쌋 옆으로 순서대로 국왕의 즉위 행사 등이 열리는 프라 마하 몬티안(Phra Maha Monthien), 귀빈접견실이나 연회장으로 이용되는 짜끄리 마하 쁘라쌋(Chakri Maha Prasat), 라마 1세가 자신의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두씻 마하 쁘라쌋(Dusit Maha Prasat)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프라 마하 몬티안은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즉위식 외에 왕의 생일 등을 치르기도 한 곳이다. 짜끄리 마하 쁘라쌋은 라마 5세 때 짜끄리 왕조 100주년을 기념해 지은 건물로, 영국인 건축가가 건축했다. 두씻 마하 쁘라쌋은 7층의 탑이며 화장하기 전의 시신을 안치해 조문객을 맞는 장소이다. 하지만 가이드가 동행하지 못해 현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 곳곳에 세워진 건물들이 형형색색으로 황금 불탑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동화 속 신전들의 모습이다. 신전을 지키는 동상들의 형상도 다양하다. 건축물 전시장에 온 것 같이 다양한 모습의 신전들이 즐비하다.
제각각 용도와 명칭이 있겠지만 세세히 알아보려면 2~3일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사원인 왓 프라깨우 본당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이 있으며 이 불상을 지닌 나라는 영화를 누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에메랄드 불상 때문에 왓 프라깨우를 에메랄드 사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불상은 에메랄드가 아닌 비취로 만들어진 것이다. 범종 모양의 프라씨 랏따나 쩨디 불탑과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프라 몬돕 등 다양한 형식의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재 국왕이 거주하는 왕궁에는 경비원이 지키는 가운데 철책 대문이 닫혀있다.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같은 곳이다. 돌아 나오는 곳에는 왕궁의 역사를 화려한 벽화로 그려져 있다. 시간과 인파에 쫓긴 우리는 왕궁을 벗어나 수상 관광을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취재·사진/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