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으로 빼곡한 대형서점에 마음이 멀어진 이들이 요즘 ‘독립서점’을 즐겨 찾고 있다. 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아담하게 차린 독립서점은 어릴 적 동네서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 서점만의 특색을 갖고 선택한 도서들은 취향이 맞는 이들을 단골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고 동네 서점이 문화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서점들의 허덕임은 계속되고 있다. 단골을 섭렵하고 서점이자 문화공간으로서 역량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독립서점이 허다하다.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선언했음에도 달라지지 않는 작은 서점들의 경영난, 그 원인과 대책을 알아보았다.
독립서점에 가면 사람냄새가 난다
대기업 주도로 운영되는 대형 서점은 도서관 못지않게 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를 발견할 수 있고, 신간들을 훑어보며 기분전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인파 역시 넘치는 곳이 대형서점이다. 한가롭게 책 구경을 하고 싶던 이들이 대형서점에서 발길을 돌리게 된 이유다.
반면 동네 깊숙이 자리 잡은 독립서점들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독립서점은 주인의 취향과 추구하는 콘셉트에 맞게 도서를 선정, 판매한다. 인문학, 공포 및 추리, 그림책, 에세이, 여행 등 독립서점이 추구하는 특색에 맞는 도서를 진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취향이 분명한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게 대형서점에 비해 피로감이 덜하다.
또한 아담한 매장에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단장한 독립서점은 찾아온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대형서점이 들어서기 전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옛 서점을 떠올리게 된다. 독립서점은 책을 구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도 인식된다. 독립서점에서는 도서 관련 행사와 원데이 클래스 등을 진행한다.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독립서점은 네이버 지도에 등록된 매장만 전국에 205개다.
정부도 팔 걷고 나선 ‘2018 책의 해’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도 지난 3월,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고 독서율 회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동네 서점을 문화거점 삼아 독서문화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폭 상승한 전자책 독서율에 비해 매년 하락하고 있는 종이책 독서율을 끌어올리고 출판문화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문체부의 ‘책의 해’ 사업 중에는 독립 서점의 심야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심야 책방’이 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심야 책방에 참여하는 전국 77개의 독립서점은 정규 영업시간보다 연장해서 문을 열고 독자와의 소통 시간을 갖는다. 보통 독립서점은 밤 9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날만큼은 밤 12시까지 운영하거나 24시간 문을 연다.
심야 책방의 날은 서점마다 특색 있는 공연이나 행사를 기획해 독립서점들의 축제기간과 같다. 이때 독립서점들은 시민들에게 쉼터이자 이벤트 공간이 된다. 심야 책방에 참여한 서점은 20만 원의 지원금과 독자들에게 전달할 특별한 선물을 제공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은 서점의 몫
이렇게 보면 독립서점들은 날개달린 듯 호황을 누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형서점은 광고 유치, 공간 대여 등의 부수입으로 유지가 충분하지만 독립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독립서점과 같이 소규모 서점들은 도매상으로부터 보통 정가의 70~80%로 책을 받아 판매한다. 여기서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마진율은 20% 정도로 결코 높지 않다.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
또 10% 할인을 적용하는 인터넷 서점에 대응할 경쟁력도 갖춰야 책 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체부에서 주관하는 심야 책방에 참여한다고는 해도 한 달에 한 번인 행사일 뿐이다. 한 달에 하루 행사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 같은 독립서점의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고백한 책이 있다.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던 송은정 작가는 올해 초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독립서점의 운영과 폐점 과정을 책으로 펴냈다. 내용을 살펴보면 독립서점 운영이 단순히 낭만적이고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단멈춤’의 월 순이익이 평균 60~80만 원 선, 일주일에 하루를 쉬고 평균 9시간 이상을 일했다고 고백한다. 책 판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을 메꾸려 저녁마다 워크숍을 열었다. 매일 돈에 대해 생각하고 돈과 시간에 쫓기는 자영업자로 2년을 버틴 저자는 결국 폐점을 진행하게 된다.
각지의 독립서점들이 경영난으로 허덕이다 폐점을 결정하는 소식은 SNS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단란하고 아늑해 보이는 독립서점은 결국 소상공인이다. 심야 책방과 같은 행사가 개최됨은 출판업계와 독립서점 주인들에게 분명 반길만한 일이지만 이 정도로 출판문화가 부흥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립서점이 꾸준히 인기 있는 일본의 경우 서점과 독자의 소통이 활발하고 각 지자체와의 공동행사도 활발하다. 독립서점을 향한 보여주기용 지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보다 활발한 협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독립서점 주인들도 책이 팔리지 않아 한숨짓는 대신 서점만의 특색을 살려 소비자의 발길을 끌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