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예약한 숙소가 사라졌다! 공유숙박업 소비자 피해 늘어

예약한 숙소가 사라졌다! 공유숙박업 소비자 피해 늘어

공유

청결상태 불량, 허위숙소 등 피해 보상 받기 어려워
일본 ‘민박법’ 도입으로 공유숙박 4만 개 퇴출
소비자 피해 막기 위해 국내 제도 도입 시급

지영(가명)씨는 지난 서울 여행 숙소에 체크인 했을 당시를 “당장 환불받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루프탑이라던 숙소는 옥상에 가건물을 올린 것뿐이었고, 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침구는 언제 세척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쿰쿰한 냄새가 났고, 세면대와 하수구는 각국에서 온 손님들의 머리카락으로 뒤엉켜 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다시 호스트에게 불만을 전달, 5시간이나 지나서 청소를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영 씨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더니, 그곳에 묵었던 사람들의 흔적까지 다 보여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지영 씨는 혜진(가명) 씨에 비하면 운이 좋은 것일 지도 모른다. 혼자 여유를 느끼기 위해 떠나온 유럽, 첫 숙소는 공유숙박으로 예약한 곳이었다. 하지만 숙소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리저리 검색을 해도 사진에서 본 건물은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이라 휴대전화 통신도 좋지 못해, 결국 급하게 다른 숙소를 구한다고 예산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혜진 씨는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예약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귀신에 홀린 것 같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공유숙박은 일반인이 빈방이나 빈집 등 여유 공간을 활용해 여행객에게 유상으로 숙박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공유숙박 플랫폼에 등록된 숙소제공자의 숙박시설을 소비자가 예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본격적인 휴가철, 여행자라면 싸고 좋은 숙소를 마다할 수 없다. 호스트의 간섭 없이 내 집처럼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유숙박은 저렴하고 도시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여행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테러 용의자나 제재 대상국 명단에 올라간 게 아니라면 호스트에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같은 확인 절차도 필요 없이 간단하게 자신의 공간을 숙박업으로 공유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게스트하우스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따라 외국인에게만 이른바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할 수 있다.

숙소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숙박객이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영 씨처럼 위생을 보장받기 어렵고, 혜진 씨처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신고 숙박시설의 경우 소방법상 안전기준이나 위생관리 기준에 대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생과 안전보다 사람들이 공유숙박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 ‘과도한 위약금’이다.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공유숙박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은 모두 108건으로, 이 중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 불만’이 137건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공유숙박 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환불 정책은 크게 ‘유연’, ‘일반’, ‘엄격’ 3가지로, 호스트는 셋 중 하나를 골라 환불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이 중 ‘엄격’은 체크인 30일 전까지 예약을 취소해야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숙박 요금 전액이 환불된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숙박시설 예약 취소 환불 기준이 10일 전인 것에 비하면 빡빡하다.

피해가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4개 외국계 호텔 예약사이트의 환불불가 조항을 시정권고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는 이들은 공정위의 제재에서 벗어난다. 소비자 불만이 발생한 공유숙박은 국외가 130건(67.0%)으로 국내 64건(33.0%)보다 훨씬 많았다.

오피스텔을 이용한 공유숙박 서비스 수요는 넘쳐나는데 관련 제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유숙박’에 관한 법적 근거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운영하면서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선 구청에서도 관련 업무가 ‘위생과’ ‘건축과’ ‘관광진흥과’ 등에 걸쳐 있어 서울청 관광경찰대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15일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숙박 형태를 포함한 미신고 숙박업 적발건수는 2014년 134건에서 2015년 472건, 2016년 69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한한령 여파로 관련 신고가 줄었음에도 508건이 적발됐다.

최근 일본에서는 에어비앤비에 올라와있던 숙소 4만여 개가 갑작스럽게 삭제됐다. 지난 6월부터 시행한 주택숙박사업법, 일명 ‘민박법’ 시행으로 불법 숙소 퇴출에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에어비앤비는 불법 영업을 피하기 위해, 지난 6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이트에 등록돼 있던 민박 6만 2,000여 개 가운데 80%에 달하는 4만여 개를 삭제 했고, 이와 함께 삭제된 숙소에 이미 잡혀 있던 예약도 취소했다.

민박법은 모든 공유숙박업소들이 지자체에 ‘민박업’으로 등록할 것을 강제한다. 연간 영업일수도 180일로 제한된다. 이밖에 지자체 별로 규제 방안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교토는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만 공유숙박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따로 마련했다. 도쿄 시부야구는 초등학교 휴일에만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공유숙박업자들은 예외 없이 외부업체에 숙박 서비스 관리를 맡겨야 한다. 또한, 해당 건물이 숙박 공유에 적합하다는 건축물 안전 테스트와 인증서도 구비해야 한다. 이밖에 인근 10미터 반경의 주민들에게 해당 거주지가 숙박업소로 이용됨을 알려야 하며, 소유주의 신원까지 전부 밝혀야 한다.

아직 국내에는 공유숙박업과 관련한 뚜렷한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6년 규제프리존특별법 일부로 공유민박업 도입이 추진됐지만, 여야대립으로 인해 지지부진했다. 또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활용해 연 180일 이내에 내외국인을 상대로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허위 정보 게재, 소음, 건물 내 흡연, 쓰레기, 여행객 안전 문제 등 피해를 호소하면서 신고증이 있는 합법 숙박 호스트만 에어비앤비에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공유숙박 시장은 나날이 커질 것이다. 규제정책이 없어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나날이 증가한다. 공유숙박업 합법화만이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유일한 길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