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조금씩 달라지는 관광지… ‘무장애 여행’ 가능할까?

조금씩 달라지는 관광지… ‘무장애 여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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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여행이 좋다한들, 몸이 피곤하고 여정이 번거롭다면 비장애인이라도 여행을 포기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여러 불편을 감수하는 장애인, 노약자에게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일까?

그야말로 첩첩산중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여행에 숨통이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무장애여행’ 덕분이다. 무장애여행 사이트에 접속하면 장애인, 영유아가족, 어르신이 이용할 시설이 완비된 여행지, 숙박업소와 음식점 정보, 축제 및 행사를 안내한다. 이동의 불편과 관광 활동에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열린 관광지 선정과 여행정보, 여행코스도 안내한다. 이밖에도 몇몇 지자체에서 무장애여행을 위한 시스템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차별 없는 관광 시스템이 마련됨은 좋은 징조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 등의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므로 여행의 시작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좋은 소식으로 다가온 무장애여행의 현황과 남은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시외로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인의 일상

지난 5월 14일 인천지방선거 인천장애인단체연대는 인천시청에서 “새롭게 선출될 인천시장은 장애인들이 시외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수도권이면서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된 인천이지만, 장애인이 시를 벗어나 이동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턱없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대중교통을 살펴보면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은 지역 내로 운행이 한정돼 있다. 현재 전국의 1만730여 대의 고속·시외버스 중 휠체어 탑승시설을 갖춘 버스는 한 대도 없다.

다행히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전철을 이용한 시외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리는 인파 속에 장애인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 이동과정에서 비장애인으로부터 받는 눈초리는 상상 초월이다. 이처럼 가까운 도시로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가능할까?

 

반가운 변화, 무장애여행

비장애인도 늘 같은 일상에서 쳇바퀴 돌듯 지내면 답답하고 우울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시외로 이동조차 어려운 장애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갑갑할만한 장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바로 한국관광공사의 ‘무장애여행’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5년 장애물 없는 관광지를 처음 시행했다. 현재는 ‘열린 관광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열린 관광지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등 전국 6곳을 선정해 관광 및 장애인 전문가의 진단과 컨설팅을 토대로 다목적 화장실 개선, 이동 경사로 설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 안내판 등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을 조성한 사업이다.

울산 십리대숲 진입로를 개보수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쉽게 관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 모습.
출처 : 한국관광공사

이어 해마다 열린 관광지 공모전을 개최하고, 장애물 없는 관광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2016년에는 장애인 및 동반자 260여 명을 초청해 나눔여행을 실시했다.

무장애여행이 실시되면서 몇 년간 개선된 관광지, 편의시설 등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장애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국의 관광지, 숙박업소, 음식점, 축제 정보가 총 5,256건 등록돼 있다. 무장애여행 코스를 추천해 예상치 못한 불편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매년 업데이트 되는 열린 관광지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여행을 도와주는 여행 도우미 사이트와 각 지역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와 항공, 철도, 렌트카 업체의 연락처도 안내한다. 숙박업소를 이용할 때의 팁과 시·청각장애인이 여행할 때 알아둘 점, 장애인 여행 관련 행사 등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에서도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 여행자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특장버스를 운영하게 된다.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여행하는 시티투어도 운영될 예정이다.

 

점차 늘어나는 무장애여행, 하지만 갈 길은 멀다

5호선 광화문역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하려던 고(故) 한 씨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지 반년이 지났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문제의 휠체어 리프트를 개선한 게 아니라 철거해버렸고,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없었다. 이에 사회단체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에서는 5월 23일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는 현수막 행동을 벌였다.

5월 23일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에서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촉구 현수막 행동’을 벌였다.
출처 :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페이스북

이 같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장애여행의 시도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은 교통수단의 미흡함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무장애여행 정보와 시설은 관광지까지 도착했을 시에 이용이 가능하다. 집에서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외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은 여전히 부실하다. 당장 집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어렵게 지하철역까지 간다 해도 휠체어 리프트의 위험성은 한 씨의 사례 외에도 여러 차례의 사고로 확인됐다.

또 열린 관광지에 도착하더라도 해당 관광지 외 주위 명소는 방문하기 어렵다. 산, 해변 등지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비장애인이 다니기에도 거친 도로와 경사진 곳이 많아 장애인에게는 엄두도 나지 않는 관광지다.

서울시에서 오픈한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는 시작단계이므로 아직 이용할 것이 없다. 서울시는 무장애여행 서비스를 구축하는 준비기간을 최소 9개월로 잡고 있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장버스도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준비해야 하므로 적지 않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장애인들의 불편과 울분이 전달돼서일까? 곧 다가올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에는 유난히 장애인 이동권을 비롯한 복지정책이 눈에 띈다. 새로이 선출될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집밖에 나서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에 맞는 공약을 제안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무장애여행 시스템 역시 ‘유명무실’이 되지 않도록 내실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