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박 예약전문채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여행의 경우 온라인 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와 메타 서치 서비스(가격비교 사이트)가 숙박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세를 이어 해외여행 숙박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국내여행 숙박시장에서도 온라인 여행사와 메타 서치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숙박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 걱정이 앞선다. 숙박업체에 직접 예약하는 경우와 달리 온라인 여행사와 메타 서치를 통하는 경우 수수료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세와 달리 숙박업체에서 직접 예약만 받을 수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여행사와 메타 서치 서비스의 성장은 숙박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요즘 여행은 OTA와 메타서치가 ‘대세’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 등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OTA는 Online Travel Agency의 약자로 온라인과 모바일앱 상에서 주로 영업하는 여행사를 말한다. 메타서치 서비스란 가격비교 사이트로 포털 사이트에 여행지나 숙박업체 이름만 넣어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이나 앱에서 자세한 상품 설명과 상담이 진행되고 버튼 몇 번이면 숙박 예약이 완료되는 OTA, 한 눈에 여러 숙박업체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최저가로 예약이 가능한 메타서치 서비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맨투맨 방식의 상담과 통화 등을 기피하는 성향이 두 서비스의 성장세를 도왔다.
이에 국내숙박 예약서비스를 운영하는 모바일앱사들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실례로 국내숙박 예약 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연내 여러 글로벌 OTA와 제휴를 통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숙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외진출을 준비할 경우 글로벌 플랫폼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은 물론 공격적인 투자 유치도 이어지게 된다. 이 소식을 발표할 당시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올해 200명이 넘는 인재를 채용하고,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등 시너지 가능한 기업들과의 M&A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강세’ 이어져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매주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간 1박 이상의 국내여행 또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숙소를 어떻게 예약·구매했는지를 묻고, 분기별로 결과를 정리했다.
그 결과 2018년 1/4분기에 국내여행을 위한 숙소 예약·구매는 ‘숙박업체에 직접 예약·구매’가 4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숙박예약 전문 웹사이트 앱, OTA, 메타서치 서비스 등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이 26%,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을 포함한 ‘온라인 종합 쇼핑몰’이 16%였다. 종합여행사는 3%, 기타 8%로 크지 않았다.
여기까지 보면 국내 숙박은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화하거나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나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2/4분기와 비교하면 숙박업체에서의 직접 예약·구매는 5% 감소한 반면,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은 7%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여행은 어떨까? 최근 2018년 1/4분기에 해외여행 시 숙박의 예약·구매는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이 70%로 확실한 강세였다. 다음은 ‘숙박업체에 직접 예약·구매’가 15%, ‘종합여행사’ 7%, ‘온라인 종합 쇼핑몰’ 4%의 순이었다.
2017년 2/4분기와 비교하면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은 무려 9% 증가했고, ‘숙박업체에 직접 예약·구매’와 종합여행사가 각 5%, 3% 줄었다. 숙박 예약·구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여행상품 예약전문 채널’의 약진, 숙박업체 직접 판매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숙박 업체와 직접 통화 및 연락을 통해 예약하는 방식에서 오는 피로감이나 어색함을 피하고 싶어 사이트나 앱에서 예약을 해결하려는 여행객들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대형 호텔의 경우 서비스와 안내가 정확하고 홈페이지 상에서 예약과 결제를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는 편이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민박, 펜션 등 숙박업체는 서비스가 미흡하고 필요한 정보를 안내받을 시 혼란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예약을 할 경우 전화나 온라인 게시판에서 문의 후 입금한 뒤 다시 입금을 확인하는 절차가 OTA나 포털의 메타서치 서비스보다 훨씬 까다롭게 다가온다.
OTA·메타서치는 승승장구, 숙박업계는 한숨
이용이 편리한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는 승승장구하는 반면 숙박업계는 울상이다.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에 숙박업체가 노출되면 고객유치 가능한 이점이 있지만, 수수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예약 수수료는 업체와 시즌에 따라 달라지는데 5%에서 최대 30%까지도 부담하게 된다. 특급호텔의 경우 수수료가 최소 10%에서 시작한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5성급 호텔이 국내 OTA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율은 11%이다. 외국계 OTA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15%로 더 높다. 국내 특급호텔들이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구입 가능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거나 할인율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체도 마찬가지다. OTA는 물론 소셜커머스의 지역딜까지 등록하면 일정금액을 할인하는 ‘특가’ 진행의 압력이 있으며, 예약이 들어올 때마다 당연히 수수료도 부담한다.
숙박업체들의 부담이 덜어질 기미는 없지만 안타깝게도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는 여행시장에서 더욱 성장할 조짐이다. 수수료로 몸집을 불려나가는 국내외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에 대항하려면 숙박업계는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