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설악산 오색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사업 통과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3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저탄소 협력금제도·환경영향평가 제도 등 논란을 불렀던 정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도개선위는 지난해 11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환경부의 폐단을 조사·진단하고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자 외부 위원 20인으로 구성됐다.
제도개선위에 따르면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사업은 과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2차례 사업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재추진됐다.
그 배경에는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제도개선위는 꼽았다.
전경련은 외국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산악관광 활성화 정책을 건의했고, 박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제도개선위는 당시 환경부가 케이블카사업이 국립공원위에서 통과하도록 별도의 ‘삭도(케이블카) 비밀 TF’를 구성·운영하고, 해당 TF가 국립공원위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종합검토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환경부가 2015년 국회에 서면 답변에서 “당시 민간전문위에서 환경부로 제출한 종합 검토보고서 원본을 수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다양한 학술적 의견을 배제하고 수정을 거쳐 최종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호철 제도개선위원장은 “환경부 업무 시스템과 자료를 살펴봐도 삭도 TF는 설치 근거를 알 수가 없는 비밀조직이었다”며 “이 TF는 민간전문위 검토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되도록 지원하는 등 사업이 승인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에 제도개선위는 비정상적으로 추진된 케이블카사업을 재검증하고 사업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절차가 끝날 때까지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나서지 말아 줄 것을 환경부에 권고했다.
한편, 제도개선위원회는 ‘입법 부작위’ 상태에 처한 저탄소 협력금제도의 정상화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환경부에 검토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