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No Korean, 대마도에 퍼지는 혐한

No Korean, 대마도에 퍼지는 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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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대마도를 찾았다. 낮 동안 관광을 하고 해가 진 뒤 저녁을 먹기 위해 선술집 거리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은 A씨에게 “한국인이냐”라고 물었다. A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은 단호히 “나가 달라”고 요구하며, 입구 문에 붙은 푯말을 가리켰다. ‘No Korean’,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난 것이다.

가까운 외국, 대마도

면적 708.66㎢으로 일본에서 3번째로 큰 섬인 대마도(쓰시마)는 울릉도의 10배, 거제도의 2배로 인구 3만의 작은 도시다. 일본 본토 후쿠오카(福岡)까지는 138km이지만 부산까지는 49.5km의 거리로 배로 2시간이면 도착한다.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조선통신사를 비롯 일본과 조선의 교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첫 배로 가서 마지막 배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보니 대마도는 멀리 가기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여행객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다.

대마도는 태고의 자연이 보존돼 있고, 바다 또한 청정해서 낚시를 하거나 캠핑을 즐기기 좋다. 가볍게 나갈 수 있는 해외다 보니 면세점 쇼핑을 겸해서 오는 여행객들도 많다.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도 많아, 영어나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매년 대마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20만 명 남짓.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지이지만, 대마도에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마도 남쪽의 한적한 시골 항구의 모습을 간직한 이즈하라항은 조선 후기 일본으로 파견된 조선통신사들의 첫 기항지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8월 초에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연하는 축제도 열린다. 한일간 활발한 교류의 흔적과 함께 아픈 역사도 공존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의병을 일으켜 항일운동을 전개한 면암 최익현 선생의 순국비, 덕혜옹주의 결혼봉축비, 조선인 강제 징용 노동자들이 만든 대마도 요새 앞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은 절로 숙연해진다.

부산-대마도간 항로가 첫 개설되고 20년 가까이 흘렀다. 연간 20만 명씩만 잡아도 한국인 400만 명이 대마도를 방문한 셈이다. 주요항구인 히타카쓰항과 이즈하라항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민박과 렌트카 업소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주요 대형서점에서는 대마도 여행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인 출입금지

하지만 최근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예상하고 대마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증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여행 커뮤니티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5월, 쓰시마 부산사무소에서 받은 관광자료에 나와 있는 한 레스토랑을 방문한 관광객 B씨는 종업원에게 일본어로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하지만 종업원은 B씨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손으로 ‘한국인의 입장을 제한합니다’라는 팻말을 가리키고는 자리를 떴다. B씨가 다음으로 방문했던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대마도가 한국인을 이렇게 싫어하고 배척하는지 미처 몰랐다”며 “혐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2박 3일이나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부모님과 함께 대마도 여행을 준비 중인 C씨는 숙박업체를 알아보다 거듭 거절을 당했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날이 주말이 아닌 평일에다가 연휴도 아닌데도 이상했다. 숙박일을 말하기도 전에 “만실이다”, “휴업 중이다”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 마지막 한 곳은 전화 너머로 업소 주인이 ‘한국인이냐?’라고 먼저 묻더니 다음날 예약확정을 해주겠다며 황급히 전화가 끊겼다.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는 한국인에게 고추냉이를 과하게 넣은 초밥을 만들어 제공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을 따라다니며 ‘조센징’이라고 조롱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인터넷을 더 뜨겁게 달궜다. 이런 상태에서 한일 관계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는 대마도에서 조차 한국인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자 충격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숙한 관광매너 필요

대마도를 자주 여행하는 사람들은 현지인들의 혐한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된 이유는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광매너가 나쁘기 때문이었다.

한국이 주로 찾는 관광지는 티가 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침을 아무데나 뱉고,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낙서를 하기도 한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단체 관광객이 오면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진다.

일부 한국인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동은 현지인의 영업장 안에서도 계속된다. 가게 내 다른 손님들의 식사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떠들고, 외부 음식을 섭취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소주를 마시고 만취해서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자주 대마도를 찾는 윤유정씨(33세)는 “일부 한국 관광객은 대마도가 한국인 관광수입으로 먹고 산다고 생각해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마도 내 혐한 감정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12년 한국의 4인조 절도범이 대마도의 간논지(관음사)에서 문화재를 절도했다. 절도한 문화재 중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한국 부석사 소유로 추정되는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대마도 내 한국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는 물살을 타게 됐고,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지속적인 민폐 행동으로 ‘한국인 출입금지’ 업소가 생기게 된 것이다.

대마도 내 주요항구에서 한국인의 출입을 거부하는 업소는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무조건적인 거부는 관광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 대마도는 예부터 한일친선관계의 일선에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대마도 관광당국이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대마도를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매너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행자들은 여행지를 즐기면서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를 원하는 만큼, 현지인들의 권리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배려는 선진국 시민으로 가기 위한 기본일 뿐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