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산공원 일대에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청년을 위한다면서 청년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는 말로 정부 정책의 근본적 모순을 지적했다.
정 전 의장은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서 도시공원 및 녹지법 개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공원은 정부가 필요할 때 잠시 빌려 쓰는 땅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국민의 자산”이라며, 서울 한복판의 녹지를 아파트 부지로 전환하는 발상 자체가 선진 대한민국의 도시 비전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 센트럴파크 설계자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발언을 인용했다. “공원이 없으면 100년 후 정신병동이 들어설 것”이라는 경고처럼, 공원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국가 자산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공원의 가치는 단순한 주거 공급 논리로 대체될 수 없음을 일깨운다.
정 전 의장은 대안도 제시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합리화하고, 계획된 택지와 신도시 공급을 앞당기며, 지방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개선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디에 집을 더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토 균형 발전과 미래 세대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도시공원 지정 논의는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중요하다. 부산 낙동강하구 을숙도 역시 국가도시공원 지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을숙도는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 보존의 핵심 자산으로,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이다. 국가도시공원은 단순한 녹지 확보가 아니라 탄소 저감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국가 백년대계의 과제와 직결된다.
특히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도시 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도시의 생명줄 역할을 한다.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데 공원의 녹지는 필수적이다. 시민들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크다. 공원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노년층의 쉼터이며, 청년들에게는 숨 쉴 수 있는 도시의 여백이다. 주거 공급만을 앞세워 이러한 기능을 무너뜨린다면, 결국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도시 공원은 또한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장으로서, 공원은 도시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히 녹지를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아가 공원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글로벌 도시들은 앞다투어 녹지와 공원을 확충하며,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적 매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공원의 가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정 전 의장은 “정부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견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양심 선언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명분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청년에게 집 몇 채가 아니라 살아갈 도시와 지켜낼 국토를 물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