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생명을 잇고 별이 된 이들을 기억하다…삼성서울병원, 장기기증자 추모관 ‘별하재’ 개관

생명을 잇고 별이 된 이들을 기억하다…삼성서울병원, 장기기증자 추모관 ‘별하재’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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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직접 이름 새긴 추모벽 완성…생명나눔 문화 확산 위한 새로운 공간 마련

전두용 기자 newsone@newsone.co.kr

별하재 개관을 축하하는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원장(왼쪽 4번째),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오른쪽 3번째),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오른쪽 5번째),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왼쪽 3번째). 출처: 삼성서울병원

한 사람의 마지막 선택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린다. 삼성서울병원이 뇌사 장기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새로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5일 본관 1층 장기이식센터 외래 옆에 뇌사 장기기증자 추모관 ‘별하재’를 조성하고 개관 기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을 비롯해 박재범 장기이식센터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원장과 기증자 유가족 등 60여 명이 참석해 생명나눔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새롭게 문을 연 ‘별하재’는 삼성서울병원이 2013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운영한 장기기증자 추모판을 확장한 공간이다. 기존 추모판이 의료진과 유가족 중심의 추모 공간이었다면, 이번 추모관은 병원을 찾는 누구나 기증자의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규모와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추모관 내부는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빗살 형태의 구조물을 통과한 부드러운 빛이 기증자의 이름을 감싸 안으며 방문객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전한다.

특히 ‘생명나눔 우체통’은 추모관의 또 다른 의미 있는 공간으로 눈길을 끈다.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편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생명을 나눈 이들과 새로운 삶을 얻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날 개관식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유가족들이 직접 참여한 헌정식 ‘빛을 걸다’였다. 행사에 참석한 34명의 기증자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직접 추모벽에 올리며 추모관 완성에 함께했다.

고인의 이름을 손수 새기고 기억하는 과정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생명나눔의 가치를 사회와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행사 사회는 심장 이식 수혜자이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인 오수진 전 아나운서가 맡았다. 생명을 선물받은 사람이 다시 기증자와 유가족을 기리는 자리를 진행하면서 장기기증이 만들어낸 생명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추모관 개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생명나눔 예우 문화 확산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통해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에 추모 공간 조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개관식에 보건복지부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이러한 정책적 의미를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국내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2012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장기기증 활성화 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증자 헌화 지원과 보호자 숙소 제공 등 유가족 예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병원 산책로에 뇌사 장기기증자를 기리는 ‘생명나눔 기억의 쉼터’도 조성했다.

1995년 첫 뇌사 장기기증 이후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529명에 이른다. 이들의 선택은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물했다.

박재범 장기이식센터장은 “수많은 한계를 극복하며 발전해 온 장기이식의 밑바탕에는 생명을 나누어 준 기증자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별하재가 기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공간을 넘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연결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