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 방풍림 조성과 국제봉사에 헌신
– 국제로타리 차기 세계회장 취임 앞두고 타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2026~2027년도 국제로타리 차기 세계회장으로 선출됐던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이사가 5일 밤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6세. 취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그의 부고는 로타리와 봉사 공동체에 깊은 아쉬움과 슬픔을 남겼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의 장남으로,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 기간 청와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건축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다가 1983년 귀국해 동서코포레이션을 창립했다. 건축 자재·엔지니어링 사업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그는 이후 부동산과 투자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기업가로서의 기반도 다졌다.
그러나 그의 삶을 가장 크게 정의한 것은 기업가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봉사와 나눔이었다. 1987년 새한양 로타리클럽 창립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국제로타리 세계이사, 재단 부이사장, 한국 로타리 백주년기념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38년간 국제 봉사 현장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해 8월 국제로타리 차기 세계회장으로 선출되며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세계회장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병마 앞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윤 전 차기회장의 봉사 활동은 국경과 인종을 넘어섰다. 그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황사 방지를 위한 방풍림 조성사업을 주도했고, 저개발국 산부인과 병원 건립과 소아마비 퇴치 운동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로 2009년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나이람달’ 훈장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장교 훈장(OBE)’을 받았다.
문화유산 보존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겸 문화유산위원장, 북촌문화포럼 공동대표, 해위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맡아 활동하며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사적 438호)를 비롯한 한옥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렸다. 2008년에는 한옥 모형과 사진을 제작해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어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세계 무대에 소개했다.
올해 5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로타리 세계대회에서는 직접 참석하지 못한 대신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는 굳건하게 이어진 사슬의 하나의 고리일 뿐입니다. 이 사슬은 앞선 지도자들의 지혜와 헌신으로 만들어졌고, 지금 저와 함께하는 여러분의 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며 동료 로타리안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다.
국제로타리는 성명을 통해 “로타리 세계는 헌신적인 지도자를 잃었다”며 “윤상구 전 차기회장의 삶은 친절과 봉사로 가득했으며, 그의 비전과 업적은 깊은 감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양은선 씨와 아들 윤일영 씨, 딸 윤영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전 6시20분에 엄수된다. 장지는 충남 아산 선영이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