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일의 의미를 되새겨 보며…

[전병열 문화에세이] 생일의 의미를 되새겨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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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생일은 부모님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특별한 날로 부모님의 축하를 받고 싶지만, 이미 내 곁을 떠나셨다.

“생일 축하해요. 케이크 자르게 빨리 오세요.”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우리 부부는 각자의 할 일에 분주하다. 그런데 오늘은 느긋하고 상냥한 분위기라 어리둥절했었는데, 생일이라고 한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밴드 등에서도 생일 축하 메시지가 줄줄이 이어졌다.

아내는 삼신할머니께 기도를 올린 후 케이크에 촛불을 켰다. 아내는 삼신할머니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가족들 생일에는 안방에 생일상을 차리고 탄생에 대한 감사와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무속신앙이라고 터부시하면서도 아내의 정성에 감격하며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삼신할머니에 대한 숭배는 우리 가정의 전통적인 관습으로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객지에 나간 자식들의 생일에도 반드시 삼신할머니께 생일상을 올리고 안녕을 기원하셨다. 삼신할머니는 한국 신화에서 출산과 운명을 관장하는 세 명의 여신을 일컫는다고 한다.

생일 축하 송을 부르며 손뼉을 치는 아내와 딸의 얼굴에 미소가 넘쳐난다. “아빠 소원 비시고 촛불 끄세요.” 딸의 애교스러운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했다. 국가고시를 치른 딸이 모처럼 함께 생일 축하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온 터라 생일날이지만 별로 감격하지 못했었다. 아이들이 뿔뿔이 헤어져 각자도생하고 있기에 대부분 축하 전화로 생일을 보냈다. 요란하게 생일잔치를 벌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가족으로부터 축하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자축하며 지인들에게 축하연을 베풀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생일은 부모님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특별한 날로 축하를 받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이미 내 곁을 떠나셨다. 생일을 맞아 큰 사랑과 헌신적인 보살핌에 감사드리고 싶어도 이젠 함께할 수가 없다.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더욱 간절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어머니는 언제나 나의 힘이 되고 등불이 돼 주셨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참고, 견디고, 용기를 얻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나는 부모님 생전에도 함께하는 생일보다 삼신상을 마주하며 홀로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할 때가 더 많았다. 소싯적에 객지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언제나 쓸쓸하고 외로웠다.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 주는 사람은 늘 가족이었다. 지인들에게 자신의 생일을 알리면서까지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생일을 잊고 지내기도 했다. 물론 생일 축하는 기쁨과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람의 탄생을 기념하는 특별한 날로 기억하게 한다. 생일 축하를 통해 관심을 표현하고, 그의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각별한 인연으로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생일 케이크는 함께 자를 수 있어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미역국은 먹을 수 없었다.

미역국은 생일의 상징이다. 미역국은 이날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음식으로 칼슘이 풍부하고, 흡수율이 높아 출산 후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요오드 성분이 풍부해 갑상샘호르몬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산후조리 음식 중 하나로 전통이 이어져 왔다. 또한, 미역은 바다에서 많이 자라기 때문에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미역국과 함께 생일의 상징이 되는 케이크는 촛불을 불면서 자신의 소원을 빌고 한 해의 희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접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특정한 관습과 전통으로 전래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촛불은 소원과 희망을 상징하며, 악령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는 촛불을 붙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문화와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생일은 탄생과 생존을 기념하는 특별한 날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사랑과 관심을 나눌 수 있으며, 서로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자아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자존감을 키우고 새로운 희망과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새삼스럽게 생일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오늘을 자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