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취재수첩 |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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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주머니 위험해요! 빨리 찻길에서 나가요!”

고속도로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교통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때 의인(義人)이 나타나 본인의 승용차로 사고 현장을 방어하고 재빨리 이들을 차도 밖으로 밀어냈다. 그는 우산도 마다하고 폭우 속에서 연신 달려오는 차들이 사고 차선을 비껴가도록 수신호로 유도했다. 아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펼쳤다.

지난 5일 오전 7시경 남해고속도로 지수IC 인근에서 빗길에서 미끄러진 ‘체어맨W’ 승용차가 중앙 분리대를 추돌하고 1차선에 180도 회전해 멈춰 섰다. 차량은 심하게 부서졌지만, 다행히 인명 사고는 없었다. 사고 운전자는 당황해서 전화번호도 제대로 입력을 못 하자 그 의인은 본인의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고속도로 순찰대 담당자의 목소리가 휴대폰으로 들렸다. “빨리 현장에서 벗어나세요! 차도 밖으로 나가요!” 차는 질주해 오는데 중앙 분리대 쪽이라 벗어날 길이 없는데도 자꾸만 나가라고 소리친다. 운전자는 더 당황해서 갈팡질팡했다.

의인은 우선 안전한 장소로 피해야 한다며 본인의 차량에 타라고 재촉했으나 겨우 정신을 차린 운전자는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의 아내만 태워 보냈다. 뒤이어 고속도로 순찰차와 119차량, 경찰차, 견인차 등이 달려왔다. 교통경찰 관계자는 인명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음주 여부와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119 요원들은 혹시라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 병원에 이송해 주겠다고 했지만, 사고 운전자는 행사를 치러야 하므로 차량을 떠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문산 휴게소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날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 그 의인은 아침 출근길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2차 사고가 우려돼 현장에 차를 세우고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한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보고도 못 본 채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다. 또한, 목격자 신고를 하거나 구호 조치를 하고 나면 경찰서에 불려 가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 선한 일을 하고도 번거로운 일이 많아 회피한다. 각박한 사회에 이 같은 의로운 사람이 있다는 훈훈한 소식에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의인이라고 칭송했다며 사고 운전자가 알려왔다.

“이런 의로운 분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그는 그 의인의 명함을 조심스레 기자에게 건네줬다. 그의 아내가 졸라서 겨우 받았다고 귀띔한다. 그 의인은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신화실내건축> 김도완 실장이다. 그의 아내는 “그날 교통경찰관도 사실을 알고는 고마운 분이라고 칭송했는데 선행 인물로 표창이라도 해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