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열 에세이] 빼앗긴 일상은 언제 돌아오는가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희망을 품어야 한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오늘 행사를 원만히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회식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득이 취소하고 대신 식대를 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공지사항 전달로 정기적으로 해오던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침묵으로 일관하다 돌아가는 회원들의 뒷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함께 어울려 친목을 도모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일상이 회복되는 그날을 위해 아쉽지만 이대로 헤어져야 했다. 친목 행사에는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 즐거움마저도 뺏어 간 것이다. 그 대신 일찍 귀가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발등어리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이렇게 실감한다. 일상이 빼앗기고 마스크에 갇혀 살아야 했다. 경제는 망가지고 도처에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메아리친다. 정부에서는 재난 지원금을 풀었지만 새 발의 피다. 샐러리맨들이야 호사를 누리지만, 일상이 마비되면서 소비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폐업의 기로에 선 업종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에 시달리고 빈부 격차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데는 코로나로 인한 세상의 실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극한 상황에 내몰리면 마지막 승부로 목숨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리도덕이나 양심까지도 버릴 수밖에 없다는 비애를 가상세계에서 실감한다.
포스트 코로나로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일상의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언택트를 경험한 사람들은 인간관계로 얽힌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개인 중심주의 사회가 될 것이다. 가족 친지도 언택트로 안부를 묻고,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세상이 됐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명절 캠페인이 펼쳐진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부모형제의 임종은커녕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처절한 환경을 우리는 경험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가족행사까지도 반납하고 친족 몇 사람만 참석해야 하는 경험도 했다. 부고장이나 청첩장에는 당연히 은행 송금 구좌가 표기돼 온다. SNS 네트워크를 통해 몇 줄의 소식이나 온라인 초대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반드시 참석해야 할 행사에 불참해도 결례가 아닌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부득이한 상황이었지만, 이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로 이어질 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 반가운 소식을 나누며 함께 즐기던 그 시절의 명절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그 핑계로 불참하는 것이 당연 시 되기도 할 것이다.
이제 백신이 개발되고 전 국민의 절반이 넘게 접종을 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수용하고 오는 11월부터 일상 회복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그에 대비한 생활패턴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불확실성 시대가 심화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할 것 같아 더욱 우려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릴지라도 예전의 일상은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천재지변이라며 국가조차도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희망을 품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빼앗긴 일상이 한없이 그립다. 하루빨리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