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내 장례식을 내가 직접 준비하다

내 장례식을 내가 직접 준비하다

일본의 종활(終活)로 들여다보는 고령화사회의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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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한 발 빠르게 고령화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사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종활(終活,슈우카츠)’이라고 불리며, 장례식 비용을 미리 지불하거나 무덤을 미리 구입하는 등 자신이 사망한 뒤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미리 대응하는 내용으로 기업과 지역자치단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설명회나 세미나 등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내가 죽은 뒤 15만 엔 밖에 없습니다. 화장하여 무연고 처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를 맡아줄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2015년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준공 60년 이상의 아파트에서 혼자 사망한 70대 남성이 남긴 유서는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고독사는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 12월에는 오사카 인근 맨션에서 60대와 40대 모녀가 아사한 것이 사후 몇 개월이 지난 뒤에 발견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의 원인이 되는 독신 노인인구는 매년 늘어나 2023년에는 도쿄에 사는 65세 이상의 세대 중에 독신 세대가 4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한 기관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60대 성인 1000명 중 60%가 노후에 독신으로 살아갈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사후를 준비하는 활동을 하는 실제 40대 이상 독신 남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으며, 이들은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내 일은 내가 결정하고 싶어서’, ‘죽은 뒤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늘어났지만 어디까지나 ‘유병장수(有柄長壽)’다. 노년에 간병인이 필요하게 되어도 배우자나 자녀 등 동거인도 고령화해 서로 간병을 받기 어려워진다. 특히 별거하는 자녀나 형제에게 의존하지 않는 고령자가 많다. 가족형태와 개념이 바뀌면서, 가족이 돌보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오사카 소재 회사에 다니고 있는 40대 미츠키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종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언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서다. 건강할 때 사후에 돈이 드는 여러 가지를 대비는 해두고 있지만, 친척과 왕래가 없고 부모님과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며, 자녀가 없어 장례 등을 누구에게 위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지자체와 민간기업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돌봄과 안부, 장례와 납골 등 사후 절차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안심하고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니즈를 포착한 것이다.

요코스카시는 지자체 중에서는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8년부터 ‘종활정보등록전달사업’을 추진해 긴급 연락처와 엔딩노트, 유언 보관장소, 묘지 등 11개 항목을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특히 저소득 고령자가 사전에 비용을 지불하면, 사망할 때 원하는 장례와 납골당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엔딩플랜 서포트 사업’도 실시했다.

내가 원하는 원할한 죽음을 위한 설명회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한 민간 업체에서는 50대부터 종활을 시작해야하며, 생전에 해야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안하고 있다.

먼저 영정사진을 찍는 일이다. 프로필 사진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2~3년마다 한 번씩 찍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는 매일 조금씩 짐을 정리하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많아지는 만큼 추억할 물건들이 쌓이기 마련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생각으로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여 조금씩 정리한다면 남은 삶을 더 간편하게 살 수도 있다.

추후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치료를 하게 될 때, 연명치료를 할지 등에 대해 정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납골당이나 묘소를 확인해보거나 입관을 체험하는 등 부가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된다.

6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해 다양한 종활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전문가와 상담하는 등 노년기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한 활동을 하고, 주기적으로 외래진료를 보는 등 일상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가족이나 지인 중 후견인을 선정하고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장의사나 납골당을 선택하는 등 본격적인 장례절차를 예약해놓는다면 완벽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종활은 막연히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의 원년을 맞이했다. 출생자 수는 27만 명으로 사망자수 30만 명을 밑돌았다. 특히 65세 이상 홀몸노인의 수가 매년 7만 명가량씩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으며, 최근 5년간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중 42.8%가 65세 이상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지만 올해부터 시행되어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2016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편안함 죽음을 위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연명의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이는 병원에서의 사망과정에 국한된 내용이라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발의한 ‘웰다잉 기본법’은 죽음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해 사전에 준비하고 이행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웰다잉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웰다잉종합계획’을 3년마다 수립·시행하게 하는 등 ‘웰다잉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1인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자식에게 손벌리기 싫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대비하는 일은 생애를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이슈 합의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한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