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패키지여행 ‘안전불감증’ 경계해야

[전병열 칼럼] 패키지여행 ‘안전불감증’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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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은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으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는 증상이다. 하지만 사고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위협을 느끼면 매사에 조심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하는 참사는 천재지변이 아니면 대부분 인재로 귀결된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악천후임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여행사의 안이한 판단, 크루즈선사의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미비 · 안전에 대한 사전 안내 및 교육, 선장의 무지하고 무책임한 조치 등 어느 부분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빚은 참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요란하게 보도 자료를 띄우지만, 희생된 관광객과 그 유가족의 통한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겠는가.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과 대형 크루즈선이 충돌하는 사고로 우리나라 관광객 26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유람선에는 6세 어린이를 비롯한 부부 등 가족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해외여행은 가족들의 로망이지만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가족의 화목과 사랑 등 여건이 수반돼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얼마나 고대하고 계획했던 해외 관광이었을까. 즐겁고 행복한 여행으로 무사 귀가를 기대한 가족들은 이 같은 엄청난 변고를 접하고 그 참담한 심정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등 명명백백히 밝혀 희생자와 유족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한을 풀어주고, 향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허블레아니호가 귀항을 위해 항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대형 크루즈선이 뒤에서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추돌 직후 배가 뒤집혔고 이어 빠른 속도로 가라앉아 여행객들은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했다. 특히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은 허블레아니를 추돌한 직후 전진하다 사고 지점으로 후진해 잠시 멈춰 선 뒤 다시 전진했다고 한다. 바이킹 시긴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추돌 사고를 인지하고도 구조를 외면한 채 뺑소니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고가 난 유람선에는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가 없었고, 승객들은 튜브나 구명정에 대한 안내나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다뉴브강은 기상악화로 수위가 상승하면서 곳곳에는 소용돌이성 급류도 많았다. 그런데도 운항을 강행한 것은 인재를 자초한 것이다. 설혹 여행객들이 운항을 원하더라도 여행사 측이 이를 말리거나, 안전에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유람선 관광객들은 ‘참좋은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동유럽 4개국 등 6개 국가를 여행 중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보면 ‘패키지여행 상품 싼 게 비지떡’이란 소개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패키지여행 상품을 선택한다면 현지에 도착하여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해외 패키지여행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바가지 옵션 관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십수 년 전부터 패키지여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내용이다. 특히 패키지 상품의 경우 여행객은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려면 여행사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여행사도 환불 등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일정 조정을 꺼리기 때문에 부득이 가기 싫고, 불안해도 일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기상 악화 등 위험한 상황임에도 유람선 운항이 강행됐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문제는 경쟁적으로 저가 상품을 광고해 해외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 있다. 물론 모든 여행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해외여행 자유화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행사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 보면 관광객의 편의나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사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또한, 해외여행객 3,000만 시대를 대비해 정부는 이번에 해외여행 안전망을 철저히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여행사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글 전병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