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영국 브라이튼, 브라이튼 피어부터 세븐시스터즈까지

[해외트래블] 영국 브라이튼, 브라이튼 피어부터 세븐시스터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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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튼 BRIGHTON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영화 「해리포터」를 보며 자란 필자에게는 ‘영국’은 ‘마법의 나라’였다. 영국식 발음이나 영국의 신사 이미지, 입헌군주국 등 필자에게 생소한 문화들이 전부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용돈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차곡차곡 저금해 환상 속으로 직접 떠났다.

– 브라이튼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인천공항에서 핀란드 헬싱키에서 경유해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갔다. 어렸을 적 장거리 비행을 해본 적이 있어 미리 목베개도 챙겨가고 비행기를 타기 전 날 잠을 최대한 안 잤다. 그 이유는 비행기에서 오랜 시간 동안 깨어있는 것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내식을 먹을 때 잠을 자기 위해 맥주 한 캔을 마셨다. 그 결과 푹 잤다. 일어나니 경유지인 헬싱키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지만 외국에 와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그리고 도착한 영국은 더 설렜다.

런던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브라이튼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서 여행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기차 안은 인터넷 연결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창밖만 바라보았다. 창밖 너머는 KTX를 타고 다닐 때와 비슷한 풍경이 보였다. 어느 나라든 똑같구나 생각할 무렵 영국식 건축물들이 ‘여기 영국이야’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낯선 환경이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라는 것. 한국에 돌아가서도 익숙한 동네를 조금 낯설게 바라보면 다른 느낌이 들겠다고 생각했다.

– 여행의 시작점, 브라이튼 기차역 (Brighton station)

브라이튼은 영국의 해안 휴양도시로 처음에는 작은 어촌이었으나 19세기 초 국왕이 별궁을 지은 후부터 휴양지로 발전했다. 또한 런던까지 1시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늘고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부두·아쿠아리움 등이 있고 그 밖에 아름다운 거리와 공원·박물관·미술관 등 각종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도시다. 유명한 관광지로는 브라이튼 피어(Brighton Pier), 브라이튼 해변, 세븐시스터즈 등이 있다.

브라이튼 기차역에 도착했다. 브라이튼 기차역은 영화 속에서 본 그대로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기차역이다. 그리고 기차역을 구경했는데 우리나라 기차역과 같이 편의점이나 기차 매표소와 관광 안내소 등이 있었다. 다른 점은 꽃집이다. 장거리 비행 끝에 오색빛깔 꽃들을 보니 피로가 사르륵 풀렸다. 그래서 여행의 시작점인 기차역에 꽃집을 두나보다. 기차역에서 버스 표를 판매하고 있는데 여행기간에 따라 구매하면 된다. 버스 표는 종이로 돼 있었는데 이용할 날짜를 동전으로 긁어 사용하면 된다. 꽃집도 그렇고 버스 표도 그렇고 유럽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졌다.

– 브라이튼의 중심지, 처칠 스퀘어 (Churchill Square)

버스를 타지 않고 브라이튼 중심지인 처칠 스퀘어를 향해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가면 훨씬 편하지만 브라이튼 거리를 느끼고 싶어서 걸어갔다. 걷다보니 마트나 음식점이 많았는데 그 중에 중국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아시아 국가라는 친밀감이 들러보니 한국 컵라면, 과자 등을 팔고 있었다. 라면이나 한국 과자들이 생각나면 들르기 좋은 곳이다.

처칠스퀘어에 도착했다. 이곳은 브라이튼의 광장이었고 큰 쇼핑센터가 있었다. 쇼핑을 하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필자는 편집샵을 좋아하는데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ers)’라고 여러 브랜드의 예쁜 옷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유럽, 미국 등지에만 있는 곳이었다. 이후로 여행만 가면 꼭 이 편집샵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처칠스퀘어 앞에서 가끔 플리마켓도 열리는데 쿠키, 치즈, 빵 등이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그런데 수제라서 가격대가 조금 있었다.

– 브라이튼 여행도 식후경, 점심 시간

처칠 스퀘어 구경을 끝내고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레스토랑을 찾아헤맸다. 영국 음식에 대한 악평은 전 세계적으로 높으니 익숙하고 만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식사를 하게 된 곳은 ‘피노키오’라는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안 음식을 팔고 있어 우리가 아는 피자, 파스타 등을 파는데 좋은 점은 세트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취향에 따라 2코스나 3코스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필자는 메인메뉴와 디저트로 구성된 2코스 세트(약 10파운드)를 주문했다. 메인메뉴로는 피자, 디저트로는 초콜릿 트러플 갸토라는 초코 케익 비스무리한 걸 먹었는데 피자도 맛있고 초콜릿 디저트는 인생에 최고의 맛이었다.

그리고 점원들이 이탈리아 분들이고 메뉴판도 이탈리아어로 돼 있는데 메뉴 읽기를 소심하게 하니 유창하게 이탈리 발음으로 읽어줬다. 식사를 다하고 점원을 불러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되는데 영국은 팁을 꼭 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날은 서비스가 좋아서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나왔다.

– 브라이튼 피어(Brighton Pier), 드넓은 자갈해변과 피쉬앤칩스를 맛볼 수 있는 곳

배가 부르기도 하니 슬슬 걸어서 브라이튼 피어로 향했다. 브라이튼 피어는 말 그대로 부두인데 지금은 부두의 역할을 하지 않고 관광지로써 기능만 하고 있었다. 브라이튼 피어 입구에는 아쿠아리움도 있고 각종 먹을거리가 많았다. 제일 유명한 영국 음식인 피쉬앤칩스도 있고 도넛, 컵 누들 등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피쉬앤칩스는 대구살을 튀긴 것에 감자튀김을 같이 먹는 건데 맛보기 전에는 영국 음식이니까 당연히 ‘맛이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생각과 달리 맛이 좋았다. 갓 튀겨서 주기 때문에 대구살은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았고 촉촉하고 바삭했다 또 감자튀김은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워서 너무나도 맛있었다. 피쉬앤칩스 망설이지 말고 꼭 먹어 보길 바란다.

영국의 맛을 단단히 보고 피어 안으로 들었다. 들어가니 여러 음식들, 브라이튼 관광 상품, 포토존, 오락실, 카지노, 놀이기구 등 먹고 즐길거리가 많았다. 가는 길이 산책로로 만들어져 있어서 브라이튼 자갈해변과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오락실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게임기들이 있는데 어떤 게임기는 브라이튼 티켓이 나오는데 티켓을 어느 정도 모으면 상품과 바꿀 수 있다. 놀이기구는 허접할 거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탔는데 생각보다 스펙터클했다. 놀이기구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싼 값을 했다. 놀이기구 타고 빙글 돌며 구경하는 브라이튼 바다와 하늘은 멋있지만 무섭기도 했다.

실컷 놀고 브라이튼 해변으로 갔다. 영국 날씨라고 하면 다 비 오는 날만 상상하겠지만 필자가 간 날에는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서 일광욕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해변에 색색깔 의자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브라이튼의 상징 중 하나였다. 의자는 무료는 아니어서 앉아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변을 둘러보니 1회용 그릴을 사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해변은 우리나라 대표 해변인 해운대보다 더 넓어 보였고 자갈돌로 돼있어 걸을 때마다 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 듣기 좋았다.

그렇게 해변에 앉아 있었는데 갈매기들이 독수리처럼 엄청나게 크고 공격적이었다. 어떤 분이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갈매기가 몇 마리씩 날아들더니 훔쳐 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시무시한 갈매기들 조심해야 한다. 갈매기 무리가 있기 때문에 괜히 자극했다가는 큰일 나기 십상이다. 이후로 갈매기 공포증이 생긴 듯하다.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는 지인의 집을 이용해서 브라이튼 번화가랑은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사는 집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조용하고 집들이 비슷하게 생겼었다. 숙소가 언덕 쪽이었는데 동네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 세븐 시스터즈(Sevensisters), 자연의 웅장함과 드넓은 대지

첫째 날에는 브라이튼 중심지를 구경했고 이튿날에는 중심지와는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세븐 시스터즈로 향했다. 세븐 시스터즈는 잉글랜드 남부 해안에 있는 웅장한 백악질의 절벽으로 1억 3,000만~6,000만 년 전 작은 해조류와 조개껍데기의 석회질이 해저에 백악질의 산을 이룬 것이다.

세븐 시스터즈를 가는 버스는 12, 12A, 12X, 13X 번 등이 있다. 그리고 세븐 시스터즈를 가기 전에 마트를 들러 빵, 샌드위치, 과일, 음료수를 챙겨갔다. 가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버스를 타기 전 걱정이 된다면 버스 기사님께 물어보고 타는 게 좋다. 굉장히 친절하고 급하다고 재촉하는 손님들도 없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서는 꼭 2층 맨 앞에 자리에 앉아야 한다. 브라이튼 풍경들이 눈앞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브라이튼 성수기인 여름만 아니면 ‘처칠 스퀘어’에서 버스를 타면 웬만해서 앉아갈 수 있다.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길에는 브라이튼의 드넓은 언덕이나 작은 동네들까지 구경할 수 있다. 약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갔을까. 어느덧 들판과 양과 토끼만 보였다.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도착하기 직전 버스 기사님이 1층에서 “세븐 시스터즈~”라고 크게 외쳐주셔서 잘 내렸다.

버스를 내리니 세븐 시스터즈 센터가 있고 초록색 들판이 보였다. 도착하면 절벽이 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조금 걸어가야 했다. 세븐 시스터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영국의 상징인 ‘전화부스’가 있었고 아이스크림 트럭도 있었다. 아이스크림 모형이 맛있게 생겨서 꼭 먹어야 할 것 같아 먹었는데 보기에는 흔히들 아는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아이스크림 콘이 쌍으로 돼있었다. 왠지 영국스러운 느낌이 나서 먹기 전 사진을 하나 찍었다. 맛도 한국 맥x날드에서 먹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후 세븐 시스터즈로 향하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입구를 못 찾았는데 열리는 울타리를 열고 들어가면 된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주변으로 호수, 나무, 풀 등 자연밖에 없다. 초록색으로 둘러싸여 좋았다. 그리고 호수에는 백조가 있어서 한참 동안 구경하다 발걸음을 뗐다.

15분 정도 걸어가니 저 멀리 해변과 절벽이 보였다. 길을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직진하는 걸 추천한다. 이러나저러나 둘러서 구경하면 똑같지만 바다를 보고 올라가는 것이 낫다. 왼쪽으로 둘러 가면 완만한 길로 올라가서 편하지만 내려올 때 가파른 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직진으로 걷다보면 절벽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먼저 해변에 도착하는데 보면 분필같이 글이 잘 써지는 돌이 있어 주워서 필자의 이름도 써보고 친구 이름도 써봤다. 그리고 해변가에서 세븐 시스터즈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고 가파른 절벽을 올랐다. 아주 익스트림한 관광이다. 두 손에 물건을 가득 쥐고 올라간다면 미끄러지기 쉬우니 백팩을 꼭 메고 가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꼭 운동화를 신고 가야 한다.

 

땀을 삐질 흘리며 숨 가쁘게 올라간 절벽 위로는 천상 세계가 펼쳐졌다. 풀밭이 끝없이 이어졌고 절벽 끝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절벽 끝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더러 있었지만 필자는 시도하지 못했다. 석회질로 이뤄진 절벽이기 때문에 부서지기가 쉽고 절벽 끝이 부서지는 일이 해마다 일어나기 때문에 절대 절벽 끝으로는 가지 말자.

오래간만에 열심히 육체노동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준비해 온 빵이나 과일 음료수 등을 마시며 땀을 식히며 경치를 즐겼다. 경치를 어느 정도 즐긴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븐 시스터즈를 내려왔다.

– 여행을 끝내면서 마지막 한마디

이 외에도 브라이튼 주변 지역인 이스트본, 워딩 등 가 볼 곳도 많았고 아침에서 점심쯤에 먹을 수 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한식이 먹고 싶을 땐 비빔밥이나 컵밥, 일본 레스토랑, 인도 레스토랑, 스페인 레스토랑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기 좋았고 마트에서 파는 빵도 굉장히 맛있었다.

영국을 여행 갈 때 대부분 런던으로 가지만 도시적인 런던과 느낌이 다른 해양 관광지 끝판왕 브라이튼에 가보길 바란다. 꼭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