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겸 엔터테이너인 빌리 포더(Billy porter)가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됐다. 바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던, 그가 입은 검정색 드레스 때문이다. 이 드레스는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작품으로 상반신은 남성용 턱시도 정장을, 하반신은 풍성한 드레스를 조합시킨 ‘젠더파괴’적인 의상이다.
이미 패션 업계에서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가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 ‘금남’의 벽이 높았던 뷰티 업계에서도 여성 전유물이라 여겼던 색조 브랜드 광고에 남자 모델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색조 메이크업 제품 소비도 증가해 젠더리스 뷰티아이템에 대한 인식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 ‘젠더리스’는 패션·뷰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남녀의 구분이 엄격했던 모든 분야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마존은 남아 완구와 여아 완구 대신 아동완구로 장남감 카테고리를 통합했고 스페인의 완구기업 토이 플래닛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함께 전동공구를 가지고 노는 광고를 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회 분위기 역시 젠더리스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일부 부모들이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성별을 드러내지 않는 이름을 선택하고 캐나다에선 여권 성별 표시란에 남성(M)과 여성(F) 외에 제3의 성을 뜻하는 ‘X’칸이 하난 더 생겼다.일본에선 학생들에게 바지와 치마, 넥타이와 리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입도록 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젠더리스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연스러운, 정상적인이라는 틀에 짜맞춰진말만 고집하기엔 변화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면 여러 방면에서 모든 사람이 선택하고 상상할 수 있는 폭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 다양해 질 것이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