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1500여여 차례 몰아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북서쪽 산타바바라 카운티 주변 해안에서 지난 5일 저녁 8시 직후부터 약 5분 사이에 1500회에 달하는 천둥과 번개가 쳤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는 잠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 지부 기상학자 커트 캐플란은 전날 저녁 1500여 회의 천둥·번개가 샌타바버라 카운티에서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까지 강타했다고 CNN에 말했다. 특히 샌타바버라 카운티를 중심으로 5분 동안 1500여 회의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현상도 관측됐다.
구름 밖으로 끊임없이 뻗어 나오는 번개 줄기는 마치 SF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모습이었다. 옥스나드 기상학자 캐시 혹시는 “오후 8시 직후부터 5분 동안 샌타바버라 주변 해안에서 천둥·번개가 1489회 쳤고, LA에서는 40여 회 정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에서는 비와 함께 우박도 내렸다. 이번 번개 폭풍으로 LA국제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이던 일부 항공편도 결항했다. LA국제공항 대변인은 “터미널 3곳에서 순간적으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번개 폭풍(lightening storm)’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기상 현상은 주로 맹렬한 뇌우와 동반한다. 주로 아열대성 기후인 플로리다주에서 관찰되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혹시는 이번 번개 폭풍에 대해 “굉장히 많이 친 것이다. 보통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샌타바버라 소방당국 대변인인 마이크 엘리어슨은 “번개가 많이 치는 것으로 유명한 플로리다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어제 펼쳐졌다”고 말했다. NWS LA지부는 “제트기류가 남하하며 캘리포니아 남서부 해안을 따라 형성된 ‘대기의 강’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캘리포니아 남서부 해안을 따라 형성된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이 ‘대기의 강’이 뇌우, 폭우, 홍수 등을 동반하고 찾아와 6일에는 큰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의 강’은 열대 태평양 바다 위에 형성된 거대한 수증기가 강물이 흐르듯 미국 서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태평양에서 습기를 흡수한 ‘대기의 강’은 미시시피 강에서 흐르는 강물의 양과 같은 양의 수증기를 운반한다.
국립기상청도 앞으로 뇌우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연결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천둥·번개 현상이 칠 경우의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천둥·번개가 칠 때는 △물에 들어가지 말 것 △밖에 있지 말 것 △높은 물체 주위에 있지 말 것 △금속 재질 물체 곁에 있지 말 것 △욕조에 들어가지 말 것 등이다. 기상학자 캐시 호시도 “사람들이 밖에 나와 번개를 구경하는 건 위험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