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홍카콜라’와 ‘알릴레오’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유튜브 정쟁(政爭)으로 요란스럽다. 유튜브는 그동안 연예인들의 개인 홍보에 크게 활용되면서 인기를 모으다 작금에는 정치권으로 확산돼 정쟁의 도구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현재 전·현직 정치인들을 망라하면 300여 명이 넘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선거 시즌이 되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란 전망이다.
유튜브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비롯돼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장년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소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과 IT 환경 변화로 정보의 접근이 더욱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성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만 접속할 수 있지만, 유튜브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24시간 어디서든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정치인들이 기성 언론보다 유튜브를 선호하는 까닭은 적은 비용으로 접근성이 용이하고, 자신을 PR 할 수 있는 미디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기성 언론의 복잡한 편집 시스템과 뉴스의 취사선택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누구의 간섭 없이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특히 제도권 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제재나 윤리 규정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지지를 위한 선동적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지적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과잉·왜곡된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한다. 지난해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전국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4.0%가 유튜브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정치적인 문제를 자신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주장하면서 진영논리로 정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진영논리에 함몰된 정쟁은 갈등을 넘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일삼아 민생은 뒷전이고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될 뿐이다.
유튜브의 특성상 열어본 페이지를 중심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기 때문에 추천 영상에 몰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확증편향 즉,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성향만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지만, 결국 다양성과 객관성을 배제해 사회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확정편향성은 맹신자들에게 가짜뉴스도 신뢰하게 만들어 SNS의 공유 기능을 통해 전파에 열을 올리게 한다. 이들에 의해 시도 때도 없이 전달돼 오는 가짜뉴스는 선량한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정책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게 된다. 물론 유튜브의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소통의 광장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기성 언론이 놓친 부분이나 정파적인 뉴스를 사상의 공개시장으로 옮겨 진실을 밝혀 낼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 진리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에 이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도 지난 5일 밤 본격적인 방송을 개시했다. ‘TV홍카콜라’의 구독자 수는 7일 기준으로 22만 명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구독자는 같은 날 기준 51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제 1인 미디어 시대인 유튜브 시대가 됐다”며 “정부와 언론만이 정보제공자인 시대도 갔다. 이제는 수평적 민주주의 시대다. ‘홍카콜라’는 수평적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는 향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첫 방송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만나는 많은 정보는 땅 밑에 있는 걸 잘 보여 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만나는 정책의 뿌리, 배경, 핵심 정보를 잘 찾아가게끔 하는 내비게이터가 되겠다”고 했다. 언론은 이들의 정쟁에 불을 붙이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진영의 ‘유시민 알릴레오’ 대박치며 전세 역전 성공>, <정치권 불어닥친 보수 vs 진보 ‘유튜브 대전’ 승자는?> 등 선정적인 제목으로 지지자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 ‘홍카콜라’와 ‘알릴레오’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언론이나 유튜브의 상업적이고 편향적인 정치 언어에 흔들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중심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운영자들의 국민을 위한다는 초심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