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볼거리 보다 먹거리 · 쉴거리 찾아 해외로 떠난다

볼거리 보다 먹거리 · 쉴거리 찾아 해외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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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보다 휴식하며 맛있는 음식을 찾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의 목적이 자연, 역사가 담긴 건축물 등이었다면 이제는 휴식하며 맛있는 것을 즐기는 목적도 상승했다는 것. 이 같은 목적에 맞는 여행지로는 괌, 사이판 등의 휴양지와 가까운 일본, 중국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이 인기다.

볼거리보다 휴식과 맛집이 목적이라면 국내여행 선호도도 함께 상승할 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올 상반기만 해도 관광객에게 유명한 식당들이 위생 점검에서 적발되거나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하는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넘쳐났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에 비해 국내여행은 관광객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보다 해외로 발길을 하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현재, 국내 여행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해외여행의 목적이 바뀌고 있다

올여름 휴가철 인기였던 여행 트렌드는 단연 호캉스(Hocance)였다. 호캉스는 국내 호텔에서 즐기는 휴가를 뜻하며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이다. 휴가의 의미를 여행보다는 휴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호캉스가 인기를 끈 것이다. 호캉스의 인기는 국내여행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역사 깊은 건축물, 대자연을 찾아 해외여행을 떠났다면 이제는 이국의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러 해외로 떠난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6,000여 명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의 26.9%가 자연·역사 감상을 주 여행목적으로 꼽았다. 그 다음은 휴식 21.0%, 식도락 16.5%로 집계됐다. 휴식과 식도락의 비중을 합치면 자연과 역사 감상보다 보고, 쉬고, 먹는 것이 해외여행의 주목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2년 전인 2016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를 알 수 있다. 자연·역사 감상은 2년 전 대비 4.4%포인트 감소했고, 휴식과 식도락은 각각 3.4%포인트, 5.7%포인트 증가했다. 위락·운동 활동은 10%대, 쇼핑은 4%대로 2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둘러보고 감상하는 여행보다 편안하게 쉬고, 현지 먹거리를 즐기는 일상적인 해외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관광물가는 관광객의 목적지를 바꾼다

그렇다면 휴식과 식도락을 선호하는 해외여행족이 선호하는 국가는 어딜까?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지난 1년간 휴식을 주목적으로 계획한 여행지는 남태평양과 동남아시아에 집중해 있었다. 괌은 휴식이 주목적인 경우가 절반을 차지했고(50.5%), 다음은 사이판 47.4%, 인도네시아 44.6%, 태국 36.2%, 필리핀 36.0% 등의 순이었다. 식도락 여행지는 아시아 지역이 대세였다. 그 중 대만이 30.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일본 23.1%, 홍콩 17.6%, 태국과 베트남(각각 17.0%)의 순이었다.

휴식과 식도락 여행지가 주로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관광물가와도 연관이 깊다. 비교적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는 충분히 여가를 즐겨도 부담이 적다. 2016년 말 익스피디아에서 조사한 아시아 10개국 주말여행 물가지수를 살펴보면 물가지수가 가장 낮은 순서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단연 앞섰다.

3성급 호텔 1박, 식사 3회, 맥주 2건, 택시 2회, 커피 1잔, 쇼핑 1회의 비용으로 물가지수를 매겼을 때 필리핀~태국은 한화로 10만 원 안팎이었다. 동남아시아에 이어 대만과 중국이 물가지수가 낮았으며 그 다음이 한국이었다. 한국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관광했을 시 181,075원이었고 물가지수가 가장 낮은 필리핀과 비교하면 약 2배 비쌌다.

식도락 여행지 중 2위를 차지한 일본은 우리나라 다음으로 물가지수가 높았지만 해외여행지로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곳이다. 일본의 경우 쇼핑과 맥주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낮았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경우 합리적인 교통패스가 다양한 편이라 국내여행에 비해 체감하는 여행물가가 낮다.

국내관광지의 위기, 대안은?

국내여행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이색적인 풍경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이들의 선택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또한 국내관광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해외여행객은 더욱 늘고 국내관광지는 쇠락을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내여행의 장점은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고, 우리 입맛에 맞는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의 특별 위생 점검 시 부산의 이름난 식당들이 원산지를 허위표시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다가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적발된 식당들은 기름때가 낀 환풍기 밑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개봉한 식재료를 보관하고, 행주에 쥐 배설물이 쌓여있는 경우가 있었다. 냉동 쭈꾸미를 쓰레기통에서 해동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중국산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표기한 식당도 허다했다. 더욱 충격인 것은 이 식당들이 여행사와 유명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맛집’들이었다는 점이다.

숙박업소 역시 편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 13일부터 일주일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경기도의 인기휴가지 중심으로 숙박업소와 식당 158곳을 점검했다. 이중 숙박업소 49곳, 식품접객업소 20곳이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업장이었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숙박업소는 위생 준수의무를 따르지 않거나 화재 시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게다가 불법업장 중 다수가 소셜커머스와 숙박 앱에서 예약을 받고 있었다. 관광객이 의심 없이 이용했다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처럼 국내관광지의 관련업계들이 비양심적인 영업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내여행객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해외보다 믿을 수 있고 안락한 여행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숙소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