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자림로 양 옆으로 삼나무 숲이 조성됐는데, 도로 확장 과정에서 삼나무 수천그루가 잘려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주민숙원사업이며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단체는 숲길 보전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비자림로의 일부인 대천 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구간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포장사업은 제주시 구좌읍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량 급증에 대응하고 성산읍 지역과 성산항의 농수산물 수송을 원활하기 위해 확포장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2015년 11월 기본·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16년도부터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을 착수해 75%를 완료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도로가 다른 곳에 비해 크게 정체되는 도로라고 보기 어렵고, 확장하는 2.9㎞ 이후 구간은 병목현상이 발생해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자림로는 2002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될 만큼 명품 숲길 도로이자 관광명소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내용을 보면 당시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확장 구간이 경관보전지구 1등급인 선족이오름을 통과해 오름 훼손이 발생하고 확장 노선 대부분이 경관보전지구 2등급인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사업 필요성을 재검토하라는 주문임에도 사업을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생명의숲국민운동도 성명을 통해 “숲 파괴는 경관 훼손을 넘어 생명을 끊는 것”이라며 “환경에 대한 철학 부재를 지적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비자림로 삼나무 벌채 반대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공식 자료를 내고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기한 재검토 의견에 따라 오름과 삼나무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로 노선을 조정했고 훼손 구간에는 편백나무를 심어 경관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해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로를 확장해도 삼나무 숲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우선 공사를 일시 중지했고 대안을 마련해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