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축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축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유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지난 6월 14일부터 시작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 세계인의 월드컵 승리에 대한 염원만큼이나 매 경기 감격스러운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 번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들은 아직까지도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32강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패했다. 마지막 남은 독일전도 패할 거라 다들 예상했다. 상대가 FIFA랭킹 1위 국가니 필자 역시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은 심신 건강을 이유로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다.

독일전도 물론 챙겨보려고 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 보게 됐는데, 경기 시작 후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어쩌면 우리나라가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승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투혼에도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득점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국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보다 이번 경기에 열심히 임했고, 앞의 두 번의 경기에 대한 비난도 깨끗하게 씻어낼 만큼 좋은 모습들을 보여줬다. 그러나 역사는 추가시간에 이뤄졌다.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2개의 골을 기록했고, 그 순간 아파트가 환호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필자는 “아.. 축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중얼거렸다.

FIFA랭킹 1위 국가 독일을 상대로 한 승리는, 9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그라운드를 달린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과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어쩌면 또 다른 불명예로 끝날지 모를 3차전을 묵묵히 지켜봐준 국민들에게 주는 놀라운 선물과도 같았다.

사실 영화 <머니볼>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가난한 야구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놀라운 리더십을 가지며 구단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지만, 정작 자신이 지켜보는 경기는 다 지고 마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20연승을 앞두고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경기장으로 달려가지만, 그가 도착하자 경기는 다시 역전돼버린다. 그렇게 경기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자신의 불운으로 또 다시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 재역전의 홈런이 터지며 애슬레틱스는 아메리칸 리그 103년 역사상 최초로 20연승을 기록한다.

그때 그가 말한다.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 <머니볼>에서 느꼈던 감동을 올여름 한국-독일전에서 다시 경험해본다. 지난한 경기 속 선수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묵묵함이 만들어낸 명경기였다. 그러한 명경기를 리얼타임으로 목격한 필자는 그래서 역시, 축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