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공존하는 세상, 반려견과의 동행

공존하는 세상, 반려견과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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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려견 인구가 천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반려견과 관련된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으며 여행도 예외가 아니다. 숙박 예약 모바일 앱 ‘여기어때’에 따르면 2016년 70여 곳에 불과했던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박시설이 지난해 7월 기준 210곳으로 3배 늘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면서 여행지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라는 사회적 트렌드 속에 반려동물을 가족 삼아 키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생겨난 ‘펫팸족’은 반려견을 단순한 애완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처럼 보살피고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는 이들을 말한다. 펫팸족은 ‘애완동물’을 뜻하는 영어 ‘pet’과 ‘가족’을 뜻하는 ‘family’의 합성어이다. 단어는 새롭지만 현상은 익숙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전체 가구 중 28.1%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반려동물 가구 중 85%가 개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반려견을 가족처럼 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펫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관련 시장의 규모도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조 원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이 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여행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강아지 출입을 금지했던 숙박시설이 변했다. 외려 반려동물을 반기는 호텔이 생겼으며 반려견과 묵을 수 있는 호텔 중에는 5성급 호텔도 있다.

또한 비행기 탑승을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이후 2016년 대한항공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한 승객이 2만5,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50% 늘어나는 등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증가하는 추세다.

푸들 두 마리와 동고동락 하는 김지혜(31) 씨는 “8년째 강아지를 키우는데 한 번도 여행을 다니면서 데려가 본 적이 없었다”며 “항상 애견호텔이나 친구집에 맡기고 여행을 갔다”고 말했다. 그녀는 “떠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최근 들어 강아지가 출입할 수 있는 펜션이나 식당이 늘었다”며 “이번 휴가에는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숙소로 예약해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어 설렌다”고 전했다.

펜션을 운영 중인 박종진(45) 씨는 “펜션 관리도 힘들고 다른 손님들의 항의도 많을 거 같아 펜션 내 애완견 출입을 제한시켰으나, 강아지를 키우는 손님들의 문의가 많아져 반려견 동반 숙박시설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펫티켓과 자유의 사이

반려견은 기쁨을 주지만 때로는 고충도 동반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어려운 것이 ‘여행(57.6%)’이라고 꼽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에 상반된 정책을 내놓은 곳이 있다.

산림청은 그동안 전국 40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전면 금지해왔다. 하지만 올여름 휴가철부터 일부 휴양림에 한해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범 운영되는 곳은 산음자연휴양림과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은 일반 휴양객과 반려동물 동반 휴양객의 이용공간이 분리돼 있고, 검마산자연휴양림의 경우 소규모 휴양림이지만 숙박시설과 야영시설 등 전체를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제한한 곳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도는 해수욕장별로 운영하던 반려동물 출입규정을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11개 지정 해수욕장에서 개장 동안 반려동물의 입수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일각에서 반려동물의 바다 입수와 관련한 민원이 잦았다는 게 이번 조치의 이유이다. 이에 따라 해수욕장 내 반려동물 출입은 허가하지만, 입수는 할 수 없게 됐다. 출입 시에도 목줄, 배변봉투, 입마개 등 장비를 꼭 갖춰야 한다.

정슬기(27세) 씨는 “강아지를 키우지는 않지만 예뻐한다. 하지만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싫다”며 “놀러 가서 강아지의 배변이나 목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여행을 망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펫티켓(반려동물+에티켓)’이 형성되지 않아 반려동물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만큼 비반려인에 대한 펫티켓을 지켜야 한다.

반려동물 전성시대인 요즘, 노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앞으로 반려견 인구는 더 증가할 것이다. 애견동반 여행도 증가할 것이고, 반려견과 관련된 갈등, 사건사고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개는 인간과 역사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함께 살아간 시간이 길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두가 공존하고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된 두 입장이 서로 배려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반려견과 이번 휴가를 함께 가고 싶다면 배변봉투와 목줄을 챙겨 떠나는 건 어떨까.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