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 연구소’, ‘몽골국립박물관’, ‘복드 한 궁전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전 ‘칸의 제국 몽골’을 개최한다. 한몽 공동학술조사 20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몽골 초원에서 일어났던 유목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536점의 문화재를 선보인다.
선사시대부터 농경을 바탕으로 정착 생활을 했던 한국인들에게 유목민들의 삶은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몽골 초원의 유목 국가들은 일찍이 유라시아를 연결해 세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광활한 초원을 내달리며 대제국을 건설해 동서 문화의 교류를 이끌어 낸 유목 제국들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전시는 시대 순서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이 3부로 구성했다.
제1부 제국의 여명: 선사시대 몽골
몽골에서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80만 년 전이었다. 몽골의 석기시대는 대형 석기를 주로 사용하던 구석기시대, 잘 가공된 세석기를 만들었던 중석기시대, 정형화된 석기를 사용하면서 토기를 제작했던 신석기시대로 구분된다. 청동기는 기원전 3천년 기 후반에 처음 나타났으며, 기원전 1천년 기 초반부터 널리 쓰였다. 이 시기에 사용하던 청동기에는 여러 동물 형상이 표현돼 있다.
제2부 고대 유목 제국: 흉노와 돌궐
몽골 지역에는 기원전 3세기 무렵에 흉노가 최초로 국가를 세웠다. 이어 선비와 유연이 활동했다. 6세기 중반부터 9세기 말까지는 돌궐, 위구르, 키르기즈가 몽골 지역을 지배했고, 10세기 초에 거란이 등장했다. 여러 유목 국가 가운데 흉노제국과 돌궐제국의 유적이 최근에 활발하게 조사돼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흉노는 중국 진, 한과 맞설 만큼 강력한 세력을 가지고 동서 문명 교류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돌궐은 아시아 내륙의 초원과 오아시스 대부분을 하나로 통합한 거대 유목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들이 남긴 제사 유적에는 고대 돌궐 문자로 쓴 기록을 포함해 돌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산이 남아 있다.
제3부 몽골 제국과 칭기스 칸의 후예들
몽골은 13~14세기 태평양 연안에서 동유럽, 시베리아에서 남아시아에 이르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거대 제국을 건설했다. 몽골제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많은 국가와 종족의 정치, 경제, 문화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몽골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과 타반 톨고이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잘 보여 준다. 16세기부터 티베트 불교가 널리 퍼지며 몽골 사회는 또다시 변화해간다. 정주 생활과 불교 사원 주변의 도시화 등 앞 시기와 다른 모습이 고승 운두르 게겐 자나바자르가 세운 사원과 여러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별전과 연계해 2018년 6월 8일에는 중앙아시아사 연구의 권위자 김호동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다. 또한 전시기간 중 매일 3차례의 전시 해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해 관람객들에게 전시품에 관한 더욱 풍부한 내용을 전한다.
5월 4일(금)부터 6월 3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를 설치해 몽골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몽골의 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문화 협력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세계사를 움직인 한 축이었던 유목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을 기대한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