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동안 해온 주장이다. “주한미군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고, 북한 수뇌부 공격을 목표로 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적대행위다.”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미군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이 논쟁이 될 수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 독일 외신기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남북선언문 제2조 제3항과 미군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을 물었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북한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바로 답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은 미군 주둔과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할 이유가 없다. 독일 경우를 보면 독일 국민 누구도 나토(NATO) 철군을 원하지 않는다. 집단안보 체제상 철수할 수도 없다. 독일의 운명이다. 평화가 완전하게 유지될 때까지 남과 북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민주·인권을 신장시켜야 한다. 평화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주한미군은 필요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필요하다. 그 역할은 조금씩 변할 수 있다. 남과 북이 통일되는 날, 자연스럽게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통일한국이 공동으로 논의하면 된다.”
“북한이 남한에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것은 냉전 사고에 젖은 요구다. 이 문제를 거론하면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 북한도 남한 사회를 알고 가능한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핵 폐기’는 북한 문제이고,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문제다. 그래서 ‘핵 폐기’와 체제보장, 평화협정, 북미수교, 경제압박 해제, 경제협력을 주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주한미군 감축 검토가 나온다. 독일처럼 동맹국 주둔 미군방위비문제 협상용으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동네북 주한미군’으로 국론 분열을 자극하고 있다. 이렇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한 사회를 잘 알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미북 협상에서 실익을 얻기 위한 전략적 요구는 될 수 있어도 과도하면 모든 게 깨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중국 사이에 끼어 북중 관계를 끊어 놓으려는 시도를 불편하게 생각하듯이 말이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을 하든, 문화축제를 하든 적대 행위로 볼 수 없다. 동북아 안정을 위한 일반적인 훈련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한을 전략적 군사요충지로 생각한다. 남북한 통일군사력을 생각하고, 일본 군비 확충도 경계한다. 동북아 안보균형이 미국 전략 핵심이다.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군비경쟁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한미동맹 속에 중국 협력, 북중동맹 속에 미국 협력, 이 구도가 남북한에 가장 바람직하다. 주독미군이 독일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될 것이다. 모두 상대편에서 이해하고, 그 속에서 평화정착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 이후 동독 주둔 소련군 철수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했다. 이것을 생각하면,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핵 폐기 부담금, 경제협력기금, 미군 철수 비용부담 또는 미군 주둔 비용분담금이 대한민국 경제력으로 동시에 가능하겠는가? 냉정해야 한다.
평화협정과 미군 철수는 별개다. 한반도 주변에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있다. 100년 전을 생각하면 된다.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 국익에 맞다. 역사는 돌고 돈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이 붕괴한 뒤에도 주독미군이 독일에 계속 주둔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미군 철수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주한 미군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함께 논의할 장기 과제다. 미국 헨리 키신저 장관의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되고 평화조약이 체결되고 북미수교가 되면 자연히 미국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유지돼야 하느냐에 관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원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다. 문제는 한국 내 합의다.” 정확한 지적이다.
보수 논객과 일부 학자도 시각을 미래에 맞출 필요가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 ‘주한 미군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논쟁을 그만해야 한다.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주둔 비용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북한 핵 폐기 비용부담’과 ‘미군 철수 비용부담’이 동시에 가능한가? 한심한 얘기는 그만하자.
글.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