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서너 시간 남짓 달려가면 즐거움의 도시 ‘보령’이 얼굴을 드러낸다. 별다른 채비 없이도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대천 해수욕장이 바로 보령시에 있고, 바다진흙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머드축제도 보령의 대표 자랑거리다.
즐거움과 흥의 고장이다.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과 아기자기한 섬들, 이색적인 짚트랙 체험과 바다 위를 달리는 스카이바이크까지. 보령으로 떠날 생각만으로도 이미 어깨가 들썩거린다.
사계절이 즐거운 ‘대천 해수욕장’
충남 보령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릴 만한 장소가 대천 해수욕장이다. 대천 해수욕장은 사랑하는 연인과 백사장을 거닐기 좋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놀기에도 그만이다. 줄 하나에 의지해 짜릿한 짚트랙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여름철 온 세계가 집중하는 머드축제가 펼쳐지는 곳도 대천 해수욕장이다. 대천 해수욕장이야말로 자타공인 보령의 랜드마크임이 틀림없다.
대천 해수욕장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천 해수욕장의 모래질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패각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패각분은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잘게 부서져 모래로 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천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매우 부드러워 맨발로 걷기에 좋고 물에 잘 씻긴다. 바다에 잠시 발만 담그고 놀아도 쾌적함이 유지되는 대천 해수욕장의 비결이다.
함께 간 친구들과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백사장을 거닐다 잠시 쉬고 싶어 솔숲으로 들어섰다. 울창한 솔숲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해풍이 분다. 바다의 정취가 펼쳐진 가운데 시원한 그늘까지 제공되니 야영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령에 왔으면 꼭 한 번 타야 할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
보령이 아니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짜릿한 ‘탈 것’들이 있다. 바로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다. 짚트랙은 높이 52m, 탑승거리 613m로 외줄에 의지한 채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내려오는 놀이기구다. 안전장비를 꼼꼼히 장착하고 외줄을 타고 내려가면 눈앞에 보이는 건 오로지 바다와 하늘뿐이다.
푸르디푸른 자연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짚트랙은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다. 놀이공원에서 흔히 타는 기구와 차원이 다른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땅에 닿기 전 ‘인증샷’을 꼭 한 장 찍어두자. 잊지 못할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짚트랙’은 대천해수욕장에 위치한다.
스릴 넘치는 짚트랙을 탔다면 이번에는 편안한 스카이바이크에 앉아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해 보자. 2016년 6월 개장한 스카이바이크는 국내 최초의 해양 스카이바이크다. 왕복 2.3km, 높이 8~15m에 설치된 선로 위를 움직이는 스카이바이크를 타고 새하얀 백사장과 바다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굉장하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바다의 풍광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바닷물 위를 달리는 구간도 종종 나와 스릴 있으면서도 신기한 체험이 될 것이다. 시간이 맞으면 스카이바이크를 타며 서해의 일몰을 보는 것도 괜찮은 코스다.
스카이바이크 선로는 대천 해수욕장과 대천항을 연결한다. 이 선로는 전동구간과 자력구간이 나뉘어져 있는데, 힘들게 페달을 밟는 바이크가 아니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여유롭게 대천 해수욕장부터 대천항까지 구석구석 즐겨보자.
바다만큼 산도 좋다면 ‘옥마산 패러글라이딩 체험장’
바닷가에서 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산 위에서 새처럼 하늘을 나는 ‘날 것’은 어떨까? 몸에 연결한 캐노피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인 ‘패러 글라이딩’을 추천한다. 보령은 패러 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적격인 도시다. 보령 시가지를 동남쪽으로 둘러서 있는 옥마산에 대규모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옥마산의 봉우리인 옥마봉에서는 보령시가지와 대천, 무창포, 죽도관광지와 여러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옥마산이기에 패러 글라이딩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모두 시도할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여행객들도 간단히 배워 패러글라이딩과 행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다. 처음 시도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게 어렵지만, 막상 배워서 하늘을 날아오르면 두려움이 씻은 듯 사라진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패러 글라이딩을 즐기러 옥마산에 찾아온다. 이 때문에 보령시에서는 매년 전국 규모의 활공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무창포 해수욕장’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이 보령에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그 주인공은 바로 ‘무창포 해수욕장’이다. 1928년 개장된 무창포 해수욕장은 백사장의 완만한 경사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수온으로 가족 단위의 여행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주변으로는 송림이 울창해서 산림욕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수려한 기암괴석이 곳곳에 있어 볼거리도 많은 해수욕장으로 대천 해수욕장 못지않게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다. 이 모든 자연경관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무창포 타워 전망대도 가볼 만하다.
무창포 해수욕장의 특별한 점은 ‘모세의 기적’과 같이 바닷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매월 보름과 그믐 전후 썰물에 해변 앞 무인섬인 석대도까지 약 1.5km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 바닷길을 따라 조개, 게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달에 4~5차례 열리는 바닷길을 따라 바다의 운치와 재미를 느끼고 나면 어느덧 해질녘이다. 일몰이 시작될 무렵은 무창포 해수욕장의 풍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석대도를 비롯한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무창포의 낙조는 보령에서 손꼽히는 경관 중 하나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해무와 어우러진 신비로운 섬 ‘외연도’
1박 2일 코스로 보령을 찾는다면 ‘외연도’에 들러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도 하는 외연도는 보령의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육지에서는 새하얀 해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 그 신비로움을 더욱 부추긴다.
해무는 외연도의 아름다움의 일등공신이다. 새하얀 해무가 섬을 감쌀 때가 많아 연기에 가린 모양이라는 의미로 외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배를 타고 외연도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짙은 해무로 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로 솟아오른 듯한 세 개의 산봉우리가 드러나며 수려한 경관이 펼쳐지면 외연도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 1박 2일로 머무르게 된다면 둘째 날 새벽 서둘러 일어나 자욱한 해무를 감상하는 게 여행의 포인트다. 아침 일찍 해무가 낀 외연도를 둘러보고 둘레길을 따라 뒷산으로 오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상록수림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수백 년 동안 외연도를 지켜온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계절이 잘 맞으면 그윽한 동백꽃의 향을 맡을 수 있어 연인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알맞은 곳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