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가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밥상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20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3분기(1∼9월) 엥겔계수는 13.8%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의 소비 지출 573조6,688억 원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 78조9,444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것이다. 이 같은 엥겔계수는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엥겔계수는 2007년 11.8%까지 떨어졌지만 2008년 12.0%로 오른 뒤 지난해 14%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엥겔계수는 한은의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국민들의 소득수준과 생활 형편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생활수준이 떨어지면 계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가계가 소득이 줄어들면 기타 지출을 줄일 수는 있어도 필수품인 식음료 비용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4분기(10∼12월) 이후 식음료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이 지속됐다. 여기에 소득 증가율도 최근 2년간 0∼1%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과 비싼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식품 소비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고급화하면서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2014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대로 가구의 전년 대비 월평균 경상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2.5%) 직전 약 2년간(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 0∼1%대를 맴돌았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573조6천688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으며 그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천444억원으로 4.7% 늘었다.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는 2000년 13.9% 이후 17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소비지출에선 제외됐지만 비슷한 성격인 외식비 물가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가 먹는 데 들인 지출 비중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 생계비인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소비 비중이 확대하는 것은 경제 전체로 보면 반길만한 일은 아니다.
가계가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을 줄여 내수 활성화를 제약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는 “인건비 절약, 유통 시스템 개선, 수입 확대 등을 통한 수급 조절 등으로 식료품 물가를 안정화할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