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B형 독감(인플루엔자)이 기승을 부리면서 보건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특히 무료 독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야마가타 계열이 유행하면서 ‘독감 백신 무용론’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30일 전국 표본 감시 의료기관 200곳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 중 71.8명이 독감 의심환자로 분류돼 53.6명을 기록했던 전주 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말 외래환자 1,000명당 7.7명이던 독감 환자가 한 달 만에 열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주말 사이 응급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과 일요일에 진료를 하는 병원들은 독감 의심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큰 혼잡을 이뤘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의원에는 독감 및 감기 의심환자가 주말에 대거 몰리면서 평균 진료 대기시간이 3시간에 달했고, 진료 마감 시간 두 시간 전에 진료 접수를 마감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독감은 A·B형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유행을 한 데다, 만 65세 이상 노인과 영ㆍ유아에게 제공한 무료 독감 3가백신(3가지 유형 예방)에 들어 있지 않은 B형 야마가타 계열이 주로 나오면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속수무책 독감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조은희 과장은 “2009년 신종플루 판데믹(대륙간 대유행)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이례적인 유행 상황에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전국 대다수 초중고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 1월 첫째 주 감염자 현황이 나오면 올 겨울 독감의 유행 수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유행 바이러스 예측이 빗나가면서 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일선에서는 독감 백신 무용론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초등학생(만 12세까지)도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대상을 확대한다. 지금은 생후 6∼59개월 영·유아에게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30일 전체 독감 환자는 1,000명당 71.8명이었는데, 7∼12세 환자가 1,000명당 144.8명으로 2배가량 많았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