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영화 ‘1987’ 관람을 위해 객석에 앉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용산에 소재한 한 극장을 찾아 영화 ‘1987’을 관람하고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과 간담회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와 故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씨, 최환 변호사 (극 중 하정우), 한재동 교도관 (극 중 유해진) 등 6월 항쟁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장준환 감독과 배우 문성근, 김윤석, 강동원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들의 피해가 많았을 텐데 6월 항쟁과 박종철 열사와 관련된 영화를 만드셨다”며 “배우들도 이에 흔쾌히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그는 1987년 당시 박종철 열사의 집을 자주 찾아가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 감독은 “영화를 만들 당시 블랙리스트가 한창일 때였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힘을 모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모두에게 화답했다.
한재동씨는 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신 배은심 여사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하자 배은심 여사는 “왜 죄송해하십니까.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 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배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1987 이한열>을, 박종부씨는 <박종철과 우리, 30년의 기억, 그대 촛불로 살아> 책을 선물했다.
영화 상영을 마친 후 문 대통령은 가장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면서 “엄혹한 민주화 투쟁 시기 독재정권은 물론이지만 저 말이 우리들을 참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었냐 말하는 사람도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며 “역사는 뚜벅뚜벅 발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다. 우리가 모두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오찬에서는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아픔들을 보상해 드릴 길이 별로 없지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성향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억압받는 일이 없도록,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앞으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폭은 늘리되 정치 성향에 따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문화의 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에도 문화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이 사회에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역할을 해 달라며 당부했다.
김국희 기자 ghkim@newso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