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봄맞이 가위질

봄맞이 가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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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를 하면서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잘라 ‘똑단발’ 머리를 했었다. 중학교 입학 때나 했던 귀밑 3cm 단발머리를 나이 먹고 하려니 쑥스러웠다. 내심 결의를 다지려는 의미도 있었고 면접관에게 당당하고 똘똘한 입사지원자로 보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서른 군데 넘게 입사 지원했지만 보름이 다 되도록 면접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곧 겨울이 다가와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목덜미만 휑하니 서늘했다. 다행히도 어느 순간 물밀 듯이 면접 제의가 들어오면서 지금은 좋은 회사에 취직해 적성에 맞는 글을 쓰고 사진을 다루게 됐다.

취업준비 당시 잘랐던 내 머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덥수룩하게 길어만 가고 있다. 출근 전 고데기로 단정한 C컬로 말아보려 노력하지만, 업무시간이 오후를 넘기면 점점 푸석푸석하니 대형 ‘삼각김밥’이 되어간다.

봄이 되어 부푸는 여인네 마음은 진정시킬 필요 없지만 부풀어 오르는 내 머리는 정리가 시급하다. 겨울 외투를 세탁소에 맡기고 봄옷을 꺼내 입듯, 운동을 시작해 겨우내 웅크렸던 신경을 깨우듯, 지저분해진 머리카락에도 봄맞이 가위질이 필요한 때다.

병신년부터 덥수룩하게 길어왔던 걱정거리들, 연초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실패들 모두 혹처럼 달고 다니지 말고 잘라내자. 괜찮다. 3월은 진정 겨울의 끝이며 ‘봄의 시작’이니까. 이번 호 마감이 끝나면 당장 단골 미용실로 달려갈 것이다. 봄을 맞이하러!

 

 

 

김국희 기자 ghki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