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나 가구, 소품에 대한 관심이 이제 북유럽 삶의 방식으로까지 옮겨지고 있다. 바로 ‘휘게라이프’다. 이는 덴마크 사람들의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말한다. 근처 서점에만 가도 『휘게 스타일』『휘게 라이프, 편안하고 따뜻하게』『휘게 덴마크식 행복 라이프 스타일』『덴마크 사람들처럼』등 휘게 관련 서적이 생활분야를 꿰차고 있다. 왜 우리는 머나먼 북유럽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원하는가? 우리도 그들처럼 살 수 있는가?
그들은 왜, 어떻게 행복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세계행복지수 2016’ 보고서에 따르면 157개국 중 덴마크가 세계행복지수 1위를 기록했다. 겨울이면 17시간 동안 어둠과 추위가 함께하는 이
나라는 어떻게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까?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은 바로 삶의 방식에 있다. 그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휘게’다. 휘게(hygge)는 편안함, 따뜻함, 여유로움 등의 뜻으로, 친구나 가족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지만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말한다. 주방의 아늑한 공간을 ‘휘게크로그’,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휘게스나크’라는 단어로 만들 만큼 휘게는 그들의 삶에 깊숙이 박혀 있다.
그들은 미래를 급급히 앞서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일상에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그런 의미에서‘ YOLO(you only live once)’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르다.‘ 휘게’는 보다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다. 화려함보다는 은은함, 복잡함보다 단순함을 추구한다. 오히려 자연 친화적이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미국의 ‘kinfolk(킨포크)’와 최소한의 물건으로 삶을 사는 일본의 미니멀 라이프 ‘だんしゃり(단샤리)’와 비슷하다. 물질적 풍요보다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나 자신과 사람 그리고 그 관계에 집중한다.
그들의 행복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의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휘게를 원한다. 왜 휘게를 원할까.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생겨난 ‘킨포크’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단샤리’처럼 우리는 예전과 달리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없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에 집착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돈을 아껴서 모으고 모아도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며 불행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선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휘게’를 외치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여유가 없다. 행복을 느끼고 느긋해질 수 있는 그 ‘휘게’ 같은 시간이 없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해도 야근을 하는 건 당연하고, 업무 시간 외에도 울려대는 회사 카톡 소리에 사람들은 지쳐간다. 5일 버티고 찾아온 황금 같은 주말에도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면 아깝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또 무언가를 한다.
최근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여가 시간은 감소했다.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2010년 이후로 줄어들기 시작해 주말은 5시간, 평일은 3시간으로 나타났다. 정책적으로도 근로자 여가 시간 확보가 안 되고 있다. 유연하지 않은 근로시간으로 일과 가정, 개인 생활의 균형을 지키지 못한다. 최근에는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저녁이 있는 삶, 여유가 있는 삶으로 일상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가 나지 않는다.
말은 없어도 느낄 수 있는 ‘휘게’
우리나라에 ‘hygge(휘게)’라는 단어는 없다. 덴마크에만 있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휘게를 누리고 느낄 수 있다. 휘게는 대단하지 않지만 대단한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따뜻한 집에 뒹굴고 노래 들으며 쉬는 것, 나 혼자 있을 시간을 갖는 것처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작지만 사소한 시간이 모여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대단한 일을 한다. 휘게를 실천하며 사는 덴마크 배우 마리 토렐 소더버그의『 휘게스타일』 중 ‘휘게 10계명’을 봐도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가 지금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나의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 휘게 10계명 ✥
1. 분위기: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충실해라. 휴대전화를 끈다.
3. 달콤한 음식을 먹는다.
4. 평등: ‘나’보다는 함께하는 ‘우리’
5. 감사: 인생 최고의 날인지도 모르는 오늘을 만끽하라
6. 조화: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8. 휴전: 감정 소모는 그만.
9. 화목: 추억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다져보자.
10. 보금자리: 이곳은 당신의 세계다.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가까이 있고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는 것이 바로 ‘휘게 라이프’다. 어쩌면 우리는 큰 것을 가지려 해서 그 넓은 틈 사이로 행복이 새어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작은 모래알 같아 보이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유지은 기자 yj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