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반도 해양시에 위치한 Tiger Beach Golf Links(해양욱보골프클럽)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식 링크스 코스로서 전장 7,222야드에 18홀의 챔피언십 골프장이다.
한 마리의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자연과 조화된 모습을 자랑하는 타이거 비치 골프 링크스는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며 300년의 역사를 가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 골프장과 자매결연으로 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 Tiger Beach는 대만 욱보그룹 송쾅만(Beta Soong) 회장이 직접 디자인하고 감독해 만든 코스다. 변화무상한 바닷바람과 철썩이는 파도소리, 악마 입처럼 벌리고 있는 항아리형 벙커, 무릎까지 파묻히는 러프, 단단하고 빠른 그린, 광활한 해변의 자연 경관 등 이곳에서 플레이하면 마치 St. Andrews Old Course에서 라운딩하는 세계적인 프로 선수가 된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9월 14일 욱보그룹 송쾅만 회장 초청으로 2박 3일간 Tiger Beach Golf Links 팸투어를 다녀왔다. – 편집자 –
골프백을 들고 왕십리역에서 인천공항행 리무진에 올랐다. 04시 50분 이른 시간인데도, 10여 명의 젊은 여행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승용차로 갈까 생각했었지만, 피로할 것 같아 회사 인근에 위치한 공항버스를 이용했다. 70여 분간 수면을 취하고 나니 인천공항이다.
이번 팸투어를 주관한 조성수 소장(한국잡지연구소·골프먼스리 대표)의 안내로 일행들과 산동항공에 탑승했다. 08:45분 인천공항을 이륙해 10시(한국시간)에 칭다오공항에 착륙한 것이다. 공항에 마중 나온 타이거 비치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여 정도 달려 해양시에 위치한 타이거 비치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필자가 배정받은 골프텔은 1인 1실로 정리 정돈된 쾌적한 룸이다. 창밖으로 넓은 골프 연습장이 펼쳐져 있으며 그린과 조경수가 어우러져 전망이 좋았다. 대충 짐정리를 끝내고 레스토랑으로 들어서자 일행들이 식사 주문을 하고 있었다. 태블릿 메뉴판의 다양한 한식 메뉴가 눈길을 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꼬리곰탕, 전복찜, 대하찜, 생선회 등이 마련돼 있다. 직원 일부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의사소통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 그만큼 한국인의 방문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일행 16명은 4개조로 나눠 인·아웃코스로 동시에 티업을 하기로 했다. 필자는 평소 함께 라운딩 해보고 싶은 동료들과 번갈아 조편성을 희망했다. 한족 캐디의 안내로 그린에 올라서자 듣던 대로 광야에 펼쳐진 링크스 코스는 골퍼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군데군데 늘어선 항아리형 벙커는 위협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으며, 특히 무릎까지 차오른 긴 러프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필자는 오비(out of bounds)가 없는 대신 러프에 빠지면 80% 로스트볼(lost ball)이라는 캐디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드라이버 스윙이 위축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러프로 빨려들고 말았다. 필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로스트볼 찾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경험이 풍부한 캐디들은 그나마 20~30%로 로스트볼을 찾아준다고 한다.
필자는 전반기 9홀에서 4개의 공을 잃어버렸다. 러프에 빠지면 벌타를 받는 게 아니라 치고 빠져나와야 된다는데 필자는 매번 벌타를 인정하고 양해를 구해 아웃할 수밖에 없었다.(솔직히 필자는 구력이 20년은 넘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겨우 보기플레이어(Bogey Player) 수준이다)
점차 진행하면서 그린에 익숙해지고 러프를 극복해 나갔다.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그린이지만 긴장이 해소되고 주변 경관을 느끼며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카트가 없어 18홀을 걸어 다녀야 했지만, 동료들과의 친교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만들고, 호젓하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을 게을리 하는 필자에게는 더없이 보람 있는 라운딩이었다.
9홀을 돌고 ‘그늘집’에서 칭다오 맥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으며, 한국산 막걸리도 비치가 돼 있어 선배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링크스코스 중국 해양시 타이거 비치로 탄생
타이거 비치 골프 링크스를 조성한 대만 욱보그룹은 첨단 전자산업과 부동산업 등 5개의 상장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1993년부터 레저산업인 골프 클럽 설립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5개 골프클럽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골프산업에 관심을 가진 송쾅만 회장은 유럽 프로골프투어 개최지인 챔피언십 상해욱보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가슴 속에는 늘 St. Andrews Old Course와 같은 매력적인 링크스 코스를 직접 설계하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산동성 여행길에 올랐다가 놀랍게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땅을 발견한 것이다. 황해 1.6KM의 해안에 위치한 그 곳은 지형 및 기후가 스코틀랜드 링크스와 너무도 흡사했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을 위해 특별한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음을 직감하고 바로 매입해 평소 마음속에 그려왔던 자신만의 링크스 코스를 창조한 것이다.
그는 공사 기간 중 St. Andrews Old Course를 비롯해 Turnberry, Carnoustie, County Down, St. Georges 등 유명한 링크스 코스를 방문해 특징을 체크하고 각각의 매력을 조사해 타이거 비치에 반영했다. 3여 년 동안 수없이 개조를 거듭한 끝에 2000년 중국 해양시에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 타이거 비치가 탄생하게 됐다. 이곳 타이거 비치는 지형 변화가 자연스러워 마치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구릉지처럼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한 코스 개발로 대자연과 조화를 이룬 환경을 그대로 살렸다.
이곳 타이거 비치는 자연적인 들판에 양 잔디를 뿌리고 페어웨이를 깎아 놓은 듯 하며, 드넓은 벌판에 펼쳐진 구릉지와 자연적인 돌, 54개나 펼쳐져 있는 4m의 깊은 벙커는 직접적인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전략적인 홀과 어우러진다. 또 양떼를 한가로이 몰고 있는 촌로와 야생토끼, 옛 가옥들이 골프장과 공존하고 있다. 13개 홀이 바다와 접해 있고 특히 2번, 5번홀 그린에서는 파도를 바라보며 퍼팅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파도와 맞서고 바람을 이기며 자연과 대결하는 경기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꿈같은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 타이거 비치는 미국의 유명한 골프코스 설계자 Bobby Martin이 계속적으로 홀을 증설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경기장의 구조와 풍경 때문에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쉬오픈’ 경기는 이 링크스 코스만 고집하고 있다. 또 2007년 7월 골프 발상지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Augus시에서는 의회를 거쳐 시의 거리 이름을 각각 “해양욱보”의 이름 즉 “Silport Place” 와 “Tiger Beach Drive”로 지어 부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자만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영국에서 중국의 골프장 이름으로 거리 명칭을 결정한다는 것은 타이거 비치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을 뜻하며 다시 한 번 세계 골프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타이거 비치 콜프 링크스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골퍼들에게도 가장 라운딩해 보고 싶은 위대한 코스로 알려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야외 식당에서 우정을 나누며 힐링 시간 가져
저녁 만찬에는 송쾅만 회장이 직접 참석해 인사말과 건배 제의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축제의 장이 됐다. 소탈한 모습의 그는 천성걸(千成杰·조선족) 타이거 비치 부장의 통역으로 만나서 기쁘다며 앞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해 주길 기대한다고 환영사를 했다. 첫날은 클럽하우스 내 마련된 마사지실에서 발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해양시내로 나가 노래방을 찾기도 했다. 둘째 날 야외에서 마련한 바비큐 만찬장은 새로운 분위기 속에 즐거움을 더했다. 송 회장도 와인을 들며 함께 자리했다. 그는 사드 문제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며 조속히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라운딩을 마치고 송 회장과 천 부장, 캐디들의 환송을 받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칭다오 공항으로 향했다. 2박 3일의 기간이지만,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는 즐거운 힐링의 골프투어였다. 송 회장을 비롯한 천 부장, 직원, 캐디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타이거 비치 골프장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한다.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