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탈리아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역사와 자연, 그리고 신앙이 어우러진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고대 로마의 숨결부터 꽃으로 뒤덮인 중세 도시, 그리고 장엄한 종교 의식까지—이탈리아의 봄은 단순한 계절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축제로 펼쳐진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도시, 로마 건국제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는 매년 4월 21일, 도시의 탄생을 기념하는 ‘로마 건국제(Natale di Roma)’가 성대하게 열린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에 의해 시작된 로마의 전설은 지금도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축제 기간이 되면 도시는 거대한 야외 무대로 변모한다. 고대 전차 경주장이었던 치르코 마씨모와 로마 문명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 일대에서는 검투사 전투 재현과 수천 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가 이어지며, 과거 제국의 영광을 눈앞에서 체험하게 한다.

특히 정오가 되면 판테온의 돔 천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입구를 정확히 비추는 장관이 연출된다. 이는 고대 건축가들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으로, 과거 황제들이 이 빛을 받으며 입장했던 순간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면 테베레 강변을 따라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축제의 열기는 절정에 달한다.
꽃으로 물든 중세 도시, 비테르보

로마 북쪽에 자리한 비테르보는 봄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리는 ‘산 펠레그리노 인 피오레’ 축제 기간 동안, 중세 골목과 건물들은 형형색색의 꽃으로 뒤덮인다.
이곳은 한때 교황청이 머물렀던 도시로, 팔라초 데이 파피와 같은 고딕 건축물이 여전히 위엄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돌벽과 화려한 꽃 장식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비테르보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근교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볼세나 호수와 비코 호수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호수로,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봄빛이 인상적이다. 또한 절벽 위에 세워진 고대 마을 수트리와, ‘하늘 위의 도시’로 불리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는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꽃잎으로 그린 거리, 젠차노 인피오라타

로마 근교의 작은 마을 젠차노 디 로마에서는 매년 5~6월, 꽃으로 거리를 수놓는 ‘인피오라타’ 축제가 열린다.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이 축제는 무려 18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꽃잎과 식물로 만든 거대한 카펫이 거리 전체를 장식한다. 섬세하게 표현된 문양은 예술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으며, 마을 주민들이 1년 내내 준비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PGI 인증을 받은 전통 빵 ‘파네 카사레치오 디 젠차노’. 장작 화덕에서 구워낸 빵은 은은한 향과 깊은 풍미를 자랑하며,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브루스케타로 즐기면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화 속 정원, 님파의 정원

이탈리아에서 가장 낭만적인 풍경을 찾는다면 님파의 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정원’으로 선정한 이곳은 중세 도시의 폐허 위에 조성된 특별한 공간이다.
담쟁이덩굴에 덮인 성벽과 교회 유적, 그리고 1,300여 종의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봄이면 꽃과 물, 그리고 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단, 이 정원은 연중 제한된 날짜에만 개방되며 반드시 사전 예약 후 가이드 투어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만큼 잘 보존된 자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신앙과 연극이 만나는 밤, 칸티아노 ‘라 투르바

’부활절을 앞둔 이탈리아 중부 칸티아노에서는 성 금요일마다 ‘라 투르바(La Turba)’라는 장엄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 전통 행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연극 형식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한다. 루체올리 광장에는 고대 성전과 왕궁 세트가 세워지고, 주민들이 직접 배우로 참여해 생생한 장면을 연출한다.
행사의 절정은 횃불 행렬과 함께 이어지는 골고타 언덕 장면이다. 수백 개의 불빛이 어둠을 밝히는 가운데, 신앙과 예술이 결합된 감동적인 순간이 펼쳐지며 긴 여정은 부활의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이탈리아의 봄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시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무대다. 고대의 역사, 중세의 정취, 그리고 자연과 신앙이 어우러진 이 계절 속에서 여행자는 어느새 관람자가 아닌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지금, 이탈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아름다운 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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