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zip’ 개관… 억압의 흔적 위에 피어난 해방과 치유의 문화공간
[장흥]이소미 기자 lsm@newsone.so.kr
억압과 통제의 상징이었던 장흥의 옛 교도소가, 자유와 예술의 숨결을 품은 복합문화공간 ‘빠삐용zip’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장흥군은 25일, 장흥읍 옛 교도소 부지에 조성된 ‘빠삐용zip’의 정식 개관식을 열고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 장흥군수와 사업 관계자,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새로운 문화공간의 출발을 함께 축하했다. 개관식 후에는 수감복을 입고 직접 교도소를 둘러보는 투어 체험도 진행되며 눈길을 끌었다.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본성을 상징하는 ‘빠삐용(papillon)’과, 다양한 콘텐츠를 압축하고 연결하는 ‘zip’의 의미를 결합한 것이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된 뒤 4년여 간의 리모델링과 콘텐츠 구축을 거쳐 탄생했다.
장흥군은 감시탑과 수감동 등 교도소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 안에 현대 예술과 문화 체험 요소를 입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내부에는 교정역사전시관과 교도소 아카이브관, 접견체험장, 글감옥, 교회당 등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용동 일부는 원형 그대로 보존돼 교도소의 일상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은 1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주요 장면들이 담긴 아카이빙 전시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감복을 입고 ‘교도소 24시’를 체험하거나 머그샷을 촬영할 수 있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김성 장흥군수는 “빠삐용zip은 장흥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라며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문화예술로 풀어낸 이 공간이 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빠삐용zip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이다. 체험 프로그램 예약과 단체 관람 문의는 장흥군 홈페이지 또는 빠삐용zip 운영 사무실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