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고양시, ‘마음건강 한 지붕’… 통합정신건강복지센터 개소로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

고양시, ‘마음건강 한 지붕’… 통합정신건강복지센터 개소로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

공유

4개 전문기관 한곳에 모여… 아동부터 성인까지 맞춤형 정신건강 안전망 확대

[고양]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청소년-서포터즈-발대식일산국제컨벤션고

고양시가 시민의 마음건강을 위한 발걸음을 크게 내디뎠다. 지역 내 흩어져 있던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상담부터 치료, 회복 프로그램까지 한 번에 지원받을 수 있는 원스톱 체계가 완성됐다.

지난 5월, 고양시정신건강복지센터,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4개 기관이 일산동구보건소 별관으로 통합 이전했다. 이로써 고양시는 아동·청소년부터 성인·고위험군까지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지원을 하나의 공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모범 모델을 갖추게 됐다.

직접 센터를 방문한 A 씨(40대)는 우울감으로 처음 문을 두드렸다가, 인터넷 중독 문제까지 상담받으며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예전 같았으면 센터마다 따로 다녔어야 했는데, 지금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회복이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 자살위기자 B 씨 역시 이곳에서 알코올 중독 문제까지 도움을 받고 있다. 배우자는 “남편이 예전엔 치료받기를 꺼렸지만, 지금은 자조모임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특례시 이동환 시장은 “통합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단순한 기관 통합이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한 회복 공동체의 시작”이라며, “정신건강도시 고양을 위한 기반이자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서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동료 지원가 활동도 활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중증 정신질환자뿐 아니라 누구나 편안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청년 대상 ‘청춘나래’ 프로그램은 우울·불안·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과 집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신질환 경험자의 회복을 돕는 ‘함께오름’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8기 동료 지원가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당사자의 회복 여정을 함께하며 상담, 동아리 운영, 캠페인 등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역량 강화… 학교폭력·섭식장애 예방도

아동청소년정신건강복지센터는 학교, 병원 등과 연계해 고위험군 조기 발굴과 사례관리를 실시한다. ‘다다다 괜찮아’(마음건강교육), ‘희망품 교실’(학교폭력 예방), ‘나, 너&우리’(섭식장애 예방) 등 아동 대상 프로그램과 함께, 청소년 서포터즈 31명은 직접 정신건강 캠페인에 참여하며 정신건강 인식 개선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알코올, 도박, 약물, 인터넷 등 중독 문제를 통합 관리한다. 상반기에는 고위험군 259명을 집중 사례관리했으며, 야간상담, 치유농업, 가족 모임 등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도 병행 중이다.

‘생명존중안심마을’ 18개 동으로 확대… 찾아가는 ‘토닥토닥버스’도 운영

고양시는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대응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생명존중안심마을’은 지난해 14개 동에서 올해 18개 동으로 확대되며, 지역주민과 기관 종사자 4,981명을 생명지킴이로 양성했다. 이들은 자살위험자를 조기 발굴하고 통합사례회의를 거쳐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토닥토닥버스’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직접 찾아가 스트레스 측정, 우울·자살예방 선별 검사, 심신 안정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주 3~4회, 요일별로 운영되는 이 버스는 그야말로 ‘찾아가는 마음건강클리닉’이다.

온라인 플랫폼도 눈에 띈다. 고양시가 자체 개발한 ‘마음습관 하프(HALF)’ 앱과 홈페이지 내 ‘마음건강검진’ 시스템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손쉽게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연결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정신건강은 일상에서부터”… 고양시, 회복 공동체 기반 다진다

고양시는 이번 통합 이전을 시작으로,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과 통합성, 지속 가능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음이 아플 땐, 이곳을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신뢰받는 센터가 되겠다”고 전했다.

고양시가 만들어가는 ‘정신건강도시’의 풍경이 이제 막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마음이 아플 때,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시는 한층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