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 성추행 피해자 A씨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2차 가해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가십(gossip)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내용이라 피해자에게는 심대한 정신적 가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생각으로 의견을 표출 할 수 있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을 깊이 새겨봐야 한다.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작성한 글일 수도 있겠지만, 허위 과장된 표현들은 삼가 해야 한다. 수사 기관 등에서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니까 그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자칫 가짜 뉴스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이를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피해자를 공격하는 이들은 “4년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성추행 사건을 이 시점에 고발한 의도와 성추행 증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변호인이나 지원단체에 대한 비난, 나아가 해당 사건이 여권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24일자 보도에 의하면 피해자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3일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람들은 보고 싶은 만큼만 본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를 지지하는 모임’에는 최근 “아니 장난질 하나. 장례를 치르는 날 노랑머리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난리를 부리더니…시장실에 침대가 없다는데 어디서 낮잠을 깨웠느냐. 음란 문자와 속옷(증거)을 내 놓으라”라는 글이 올라왔다. 노랑머리는 김재련 변호사를 뜻한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글에는 ‘무고로 사람을 죽였다’, ‘조직화된 정치 이슈 부각 냄새가 난다. 공작이다’ 등 댓글 80여개가 달렸다고 한다. 또 “비서 하라고 요구한 것도 성추행인가”라는 글도 올랐다. 작성자는 “말단 공무원이라도 비서직을 거부한다고 강력히 요청할 권리는 있다”며 “자기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비서로 근무한 4년 동안 매 반기 인사이동 시기마다 부서 이동을 요청했고 상사와 인사담당자 등에게 고충을 호소해왔다고 한다. 서울시 담당직원들이 내놓은 반응은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 등이었다는 게 피해자 지원단체의 주장이라고 이 보도는 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성·법률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겪을 고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유명인이나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고소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 악영향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며 “과거 안희정 전 충남시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역시 온갖 악플과 협박에 시달렸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또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가 실형을 받기까지 신상털이 등 긴 과정을 혼자 견디고 싸워야 한다’며 ‘그 모든 고난을 혼자 견뎌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대,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증거를 내놔라’, ‘가해자가 억울하다’고 함부로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사진> ‘임은정 검사를 지지 하는 모임’ 토론 페이지에 올라온 페이스북 캡처.
전병열 기자 jby@newsone.co,kr